책소개
여성의 자아와 정체성을 탐구한 작가 오정희!한국을 대표하는 작가들의 중요 작품들을 엄선한 소설 선집 「사피엔스 한국문학 중ㆍ단편소설」 시리즈.... 제8권 『중국인 거리』에서는 가족의 울타리 안팎에서 자기 정체성 문제로 방황하는 여성의 심리를 탐구한 오정희의 작품들을 소개한다.
주제: 전쟁이 끝난 후 중국인 거리에 남아 있는 가옥들이다. 포탄을 맞지 않은 곳이다. 미군이 있고 중국인들이 있다. 그런 곳에서 살기 위해 아등바등거리는 전쟁의 피해자. 후손들. 어머니는 여덟째 아이를 기어이 혼자 낳고 나는 기어이 혼자 초경을 맞는다. 끈끈한 삶의 굴레가 끝나지 않는다.
해안촌, 혹은 중국인 거리라고 불리워지는 우리 동네 아이들은 ‘검정 강아지’들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학교가 파하면 항만 북쪽 끝에 있는 제분 공장에 가서 덜 건조된 밀 한 움큼씩 입안에 털어 넣고 잘근잘근 씹으면서 철로를 간다. 화차가 때맞춰 들어서고, 아이들은 바퀴 사이로 들어가서 조개탄을 후벼 파낸다. 그걸 신발주머니나 시멘트 부대에 가득 담고 선창의 간이음식점으로 가져간다. 가락국수, 만두, 찐빵으로 바꿔 먹기 위해서다. 석탄은 돈과도 같아서 아이들은 거의 매일 그런 일을 했고, 검둥이가 되어서 ‘검정 강아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