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도 전에 이 글을 읽고는 공감성 수치심에 몸을 떨었다. ‘사람들은 자기 주변의 토양, 물, 공기 등이 살충제나 석유화합물 같은 유독성 합성물질로 오염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되면서 환경 문제에 점차 높은 관심을 갖게 되었다.’라는 말이 마치 레오폴드를 대변한 J.베어드 켈리콧이 당시 세계인들뿐 아니라 여전히 자연을 병들게 하는 많은 사람에게 날리는 일침 같았기 때문이다. 이어서, 서문에서 레오폴드는 “지금 우리는 더 높은 생활수준을 위해 자연의, 야생의 그리고 자유로운 것들을 희생시켜도 되는가 하는 의문에 부닥쳐 있다.”라는 문장을 통해 독자에게 간단하면서도 책의 기본 바탕이 되는 윤리적 문제를 상기시킨다.
이 책은 근대 환경윤리의 아버지로 평가 받고 있는 저자의 환경관련 수필집이다. 저자 가족의 매주 주말 일상을 담았다. 알도 레오폴드는 1887~1948년의 인물로 예일대 삼림 학부를 졸업하고 미국 삼림청 공무원으로 일하였고 이후 위스콘신대 교수로 활동하였다. 그는 10년간 수필을 써왔으며 1948년 원고를 모아 책을 내기로 결정한 뒤 심장마비로 세상을 떠났다. 그의 유품과 같은 이 책은 당시에는 주목받지 못하였지만 19세기 중 후반에 들어가며 환경 운동가들의 극찬을 받으며 알려졌다고 한다.
충격적인 것은 그때나 지금이나 환경 운동가를 제외한 일반 대중의 환경에 대한 인식이 그다지 바뀌지 않았다는 것이다.
진보를 위해 생태계를 파괴하는 동안 우리는 생태계에 너무 무신경했다.
야생 세계가 파괴되고 나서야 자연의 소중함을 깨닫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조금이라도 남아있을 때 생태계를 보존하고 다시 일으켜 세우는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우리 인간은 과학 발전에 그저 환호하고 있었을 뿐이다.
자연 다큐멘터리에서 보던 숲과 밀립의 세계는 그저 딴 세상이야기로만 간주했다.
먹는 음식들도 공장 생산품들로 충족되는 동안 자연이 얼마나 파괴되는지 몰랐다.
소, 돼지 등 가축들은 초원 대신 규격화된 공장에서 길러지고, 초원은 갖가지 공장들의 부지로 대체되었다.
식품들은 풀이나 나무에서 나는 날 것 대신 화학성분이 가미된 가공식품들로 대체되었다.
밝은 느낌을 주는 책 제목과는 달리 나는 모래군의 열두달을 읽으며 슬픔과 회의감을 느꼈다.
멸종으로 인해 앞으로 다시는 볼 수 없을 동식물들. 우리는 왜 무엇 때문에 그들을 파괴하고 짓밟아버리면서 지배계층에서 최상위의 포식자로 군림했을까.
앞만 보고 달려 제일 꼭대기에 선 우리는 결코 행복해졌는가. 우리는 꼭 그들을 정복하고 없애버려야만 했는가.
자연은 우리에게 정말 많은 것들을 조건 없이 주었고 꼭 굳이 그들이 바라는 것이 하나 있었다면 그것은 그저 그들만의 삶을 조용히 영위해 나가는 것뿐이었는데 그것을 들어주기가 우리는 그렇게 어렵고 힘들었을까.
나는 이 책을 읽으며 그동안 내가 너무 자연에게 이기적이고 무심하지는 않았는가를 반성 해본다.
항상 자연을 사랑하라, 보호해야 된다 말만 들었고 생각만 했지 나는 그들을 위해 무엇을 하였는가.
우리 인간은 자연의 본질과 고마움을 경시하고 너무 가볍게 생각은 하고 있지 않았는지 이따금 생각을 하게 만들었다.
자연의 보존과 문명의 개발 사이에서 우리는 너무 한쪽으로만 편향되지는 않았는지.
자연을 사랑하라, 이 말에 반박을 하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머리가 비상하고 특별한 윤리의식이 없는 사람이라도 인간은 자연을 사랑해야 한다는 것을 어른을 공경하고, 공식적인 자리에서 예의를 갖추는 것 마냥 보편적인 윤리로 학습 받아 왔다. 그러나 왜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가? 내지는 어떻게 자연을 사랑하는가? 라고 묻는다면 쉽게 이렇다 할 모범답안을 내뱉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만약 있다고 한들 그것은 이미 앞선 질문들에 대한 충분한 고민을 거친 끝에 나온 심사숙고의 결과일 것이다. 이처럼 자연에 대한 윤리는 보편적이기도 하지만 명확하지 못하고 추상적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을 비롯하여 나 또한 자연을 사랑해야 하는 것을 알고 있지만, 왜 그리고 어떻게 사랑해야 하는지 알지 못했다.
그러나 이번에 <모래군의 열두 달>을 읽으면서 나는 앞의 질문들에 대한 방향성을 어렴풋이 찾을 수 있었다.
인간은 그동안 급진적인 개발과 과학기술 발전으로 현재 윤택한 삶을 살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삶을 영위하는 동안 생태계는 본연의 모습을 잃어가고, 우리가 개발한 화학물질로 인해 환경오염은 가속화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의 원인은 자연환경에 대한 사람들의 인식에서 비롯되는데, 인간이 자연과 별개의 존재이고, 자연을 누릴 수 있는 권한은 인간에게만 주어졌다는 잘못된 인식이다. 토지를 인간의 경제적인 이익을 창출하기 위한 자원으로만 인식하고 인간과 다른 종의 삶의 터전은 인간의 경제적인 이익 창출을 위해 이용되는 것이 당연하다는 인식이다. 이러한 인식을 비판하고 야생세계 없이 살아갈 수 없다는 입장에서 집필한 책이 바로 알도 레오폴드의 ‘모래 군의 열두 달’이다.
현대 윤리의 경계선 바깥에 있는 레오폴드의 토지윤리를 처음 접하는 사람들은 매우 급진적인 그 시각에 놀랄 만하며 이것이 대량생산에 박차를 가하던 100여 년 전 미국에서 제기 된 것이라고는 생각조차 하지 못할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경제성과 윤리의 공존은 분명 경제성과 윤리 그 어느 쪽에도 각자의 역할을 충실히 해 내는 데 걸림돌이다. 이 때문에 그 둘의 분리는 분명 필요하다. 안타까운 것은 현재의 양상은 마치 경제적 논리라는 견고한 탑 위에 얼기설기 억지로 윤리를 덧씌워 놓은 형상이라는 것이다.
모래군의 열두달 독후감
![[독후감] 모래 군의 열두달](https://image4.happycampus.com/Production/thumb212/2015/10/30/data13617262-0001.jpg)
독후감 , 토지윤리 , 모래 군의 열두 달 , 알도 레오폴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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