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최악의 비극 속에 피어난 단 하나의 아름다움!작은 방에서 태어나 그 방에서만 자라난 다섯 살 소년의 정신세계와 일상을 그려낸 소설 『룸』. 24년간 친아버지에 의해 지하 밀실에 갇혀 그의 아이를 낳은 여성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저자는 전 세계를 떠들썩하게 만든 이 자극적인...
내가 이 작품을 읽었던 건 고등학생 시절이었다. 어린아이가 손바닥만치 작은 창을 올려다보는 표지 그림에 홀린 듯 책을 사서 읽게 되었다. 평소의 나는 자극적인 주제를 그리 좋아하지 않는 편이다. ‘납치, 감금, 성폭행.’ 무척이나 자극적이고, 작품들 대부분은 이를 자세히 묘사하는 범죄소설이나 탈출과정을 소재로 한 스릴러, 여자 주인공의 길고 고통스러운 트라우마를 다룬다. 하지만 이 작품은 그렇지 않았다. 다섯 살 소년의 시선에서 전개되는 이야기들은 담백하고 또 신선했다. 책과 마찬가지로 영화의 시작도 경쾌하다고 느껴질 만큼 산뜻하고 담백하다.
“잘자, 방아.” 나는 아주 조용히 말했다.
“잘자, 전등아, 풍선아.”
“잘자, 화덕아. 잘자, 식탁아.” (Room, 2015)
보통 탈출이 목적인 이야기라면 인물들의 고통을 더 부각하기 마련인데 한편으로 자발적으로 갇혀있는 것이 아닐까 할 만큼의 이 작은 방안에서의 모자는 우울하지 않아 보였다. 정확히 말하자면 우울하지 않은 것이 아니라 작품이 그렇게 의도를 하고 묘사한 것 같았다.
책을 읽는 동안 이런 충격적인 사건이 실제로 일어났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읽으니 더욱 생생하게 느껴졌다. 또한 단순히 감금당했던 사람들이 구출되는 것으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닌 사건 이후의 피해자들의 삶을 그려내는 것과, 새로운 세상을 접한 그들의 삶이 그리 평탄하지만은 않았다는 사실을 보여주어 인상 깊었다. 그리고 나 역시 작은 방안에 가둬져 살았던 그들의 삶과 다를 바 없다고 생각했다. 나는 나 스스로를 작은 방 안에 가두어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길 주저하고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만약 그렇다면 나도 그들처럼 내 알을 깨고 성장해야 할 필요가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