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회 광주대학교 전국 고교생 백일장 차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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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삼 캔디

세브란스 병원 803호실
바랜 형광등의 빛이 깜박인다
주둥이가 좁은 6인 병실 창가
느리게 돌아가는 선풍기 바람이
날짜가 지난 신문을 더듬거리고 있다
할아버지의 물건에는 병실의 벤젠 냄새가 배어 있다
나는 가방을 챙기다가 문득
창가에 놓인 검은 상자를 연다
거기에는 적막에 파묻힌 홍삼맛 캔디가 있다

흰 커튼을 젖히면
할아버지는 빈 링거병을 꽂고
무료하게 무균식을 씹고 있었다
이따금씩 바람 소리가 정적을 건드리고 지나갔다
먼지 낀 창밖 풍경
할아버지는 웃으며 상자 속 캔디를
꺼냈다 포장을 누런 이로 조심스럽게
뜯어내면 오래된 나무 냄새가 병실에 퍼졌다
그 향에 병실의 벤젠 냄새가 지워지곤 했다
할아버지를 안으면 깜깜하고 그리운 냄새가
났다 나는 그 냄새에 아린 눈을 깜박였다

나는 적막을 툭툭 털어내고
멈춘 시간을 조심스럽게 까낸 후에
달콤한 황갈색을 혀 위로 굴린다
캔디는 그 사이 조금 녹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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