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한 여대생의 방황을 통해 현 시대의 젊은 풍속을 성공적으로 보여주며 현 시대가 처한 정신적 위험 수위를 새로운 시각으로 노출시킨 작품이다. 이는 기존의 가치관이나 단순한 민중 논리로써는 포착되지 않는 현실이 보다 진실된 삶임을 보여준다. 지푸라기, 물속의 방, 숲속의 방 등 9편의 작품을 담았다.
숲 속의 방은 1980년, 전두환 정권 시절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이 글이 다른 글과 차별화되는 점은 당시 1980년대의 독재 정권과 민주화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것이 아닌 당시 ‘청춘’의 방황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다는 점이다. 작품 속 청춘은 소양을 비롯한 소양의 친구들로 나타나있다. 이들의 이야기로 당시 청춘들의 생활 상과 방황에 대해서 묘사하고 있다는 것이다.
앞서 말했듯이, 소양을 대표로 하여, 당시 청춘들의 삶을 그려내고 있는 이 작품은 1980년대 종로를 중심으로 서술되고 있다. 서술자이자 소양의 큰 언니인 미양은 청춘에서 조금 지난 나이로 소양을 서술하고 있기 때문에, 소양을 포함한 청춘에 대해서 거리를 두고 서술하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숲속의 방>은 고뇌에 빠져 살아가다가 끝내 자살한 소양의 언니 미양의 관점에서 쓰여졌다. 미양은 소양이 휴학을 하고 집안의 내적 규범을 부수는 것에서 이상함을 느끼고 소양의 뒤를 추적한다. 친구인 명주, 경옥을 만나보고 남자친구인 희중도 만나보고 소양이 가는 장소들도 다녀보고 심지어는 일기까지 훔쳐본다. 목적이 수단을 정당화할 수 없다는 생각이 잠깐 들기도 하는데, 어쨌든 미양은 양파껍질을 벗기듯이 차차 소양을 알아간다. 미양이 파악하는 소양의 심리는 외로움의 정서가 가장 크고, 미양이 아는지 모르겠지만 소양은 맨 처음 휴학의 이유를 샐비어 때문이라고 할 때부터 나중에 “사람은 의연하게 죽을 줄 알아야”한다는 말을 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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Ⅰ. 머리말
강석경의 소설 『숲속의 방』은 작가 공지영의 첫 영화 각색 작이다. 영화화된 공지영의 다른 작품들이 주로 그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것과는 달리, 영화 <숲 속의 방>은 다른 작가의 작품을 그가 시나리오 형식에 맞추어 각색한 것이다. 이 작품 이후로 자신의 여러 작품들이 영화화되었음에도 작가가 두 번 다시 각색 작업을 하지 않은 것으로 보아, 영화 <숲 속의 방>은 공지영의 매우 이례적인 이력이라 할 수 있다.
따라서 본고의 전반부에서는 작가의 유일한 영화 각색 작인 <숲 속의 방>을 강석경의 원작과 비교하여 그것의 영상적 특수성과 소설과의 차별성에 대해 논하고 이에 투영된 각색자 공지영만의 시선을 알아보려한다. 더불어 작품 속 인물에 투영된 작가의 자전적 모습 또한 함께 재고해보고자 한다. 이와 같은 과정을 지나 후반부에서는 에밀 뒤르켐의 자살론을 토대로 영화 <숲 속의 방>의 인물을 분석해 보고자한다. 이때, 공지영의 또 다른 소설 『동 트는 새벽』의 인물 ‘정화’와 함께 비교분석을 진행하여, 서로 다른 작품에 등장하지만, 동일한 시대적 배경을 지니고 있는 이들이 어떠한 방법으로 자신의 정체성을 구축해나가는지에 대해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Ⅱ. 소설 원작 『숲속의 방』과 영화 <숲 속의 방> 비교
소설 『숲속의 방』은 1985년 한 문학지에 발표되었으며 그 이듬해 단행본으로 발간되어 큰 인기를 끌었다. 작가 강석경은 소설 속 ‘소양’이라는 인물을 통해 당시 한국 사회의 모순과 치열히 대립하고 있었던 젊은 층의 혼란스러운 모습을 가감 없이 드러내고 있다. 소설의 배경은 동시대인 80년대로, 당시 대학가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왔던 시위곡과 데모 인파, 매캐한 최루탄의 촉감을 매우 상세히 묘사하고 있는데, 이와 같은 자세한 서술은 주요인물이라 할 수 있는 소양과 미양의 심리묘사에도 잘 드러난다. 특히 극 중 1인칭 화자인 미양의 서술적 한계를 보완하는 장치로서 등장하는 소양의 일기장에서는 ......<중 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