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꼰대질’이라는 단어로 상징되는 세대 간 갈등부터 ‘흙수저’ ‘금수저’로 대비되는 계층의 문제까지, 서민 자영업자의 몰락부터 대기업 중심으로 돈이 쌓이기만 하는 ‘돈맥경화’ 현상까지, 바르고 따뜻한 목소리를 내는 데 주저하는 언론의 문제부터 개인화, 파편화되어 비대면이 일상화된 개인의 문제까지, 오늘의 대한민국은 어디를 향해 어떻게 가고 있을까?
KBS 기자이자 앵커인 박주경이 현장의 목소리를 담아 우리 시대 일반의 삶을 조명하는 ‘뉴스 밖 브리핑’. 문제의 본질을 꿰뚫는 정확한 시선, 소외된 사람들의 아픔까지 외면하지 않는 따뜻한 감성으로 적은 오늘날 한국 사회의 민낯 그리고 희망에 대한 보고서.
<아프니까 청춘?>
앓는 사람에게 그저 참으라는 말은 야속한 주문이다. 아픈 사람은 도를 닦는 것도, 극기훈련을 하는 것도 아니다. 초능력자도 아니고 그저 아픈 사람일 뿐이다. 아프면 환자고 환자에겐 치료나 처치가 필요하다. 말보다는 약, 위로보다는 처방이 절실하다. 아픈 사람이 원하는 건 지금 당장 통증을 낫게 해줄 치유의 손길이다. 홀로 견디어 치유되는 병도 있겠지만 세상엔 제힘으로 극복할 수 없는 병이 있다. 그럴 때 고통은 실존의 문제다. 곧 죽게 생겼는데 참고 견디라는 말은 공허한 수사다.
하고 싶은 이야기는 몸의 병 이야기가 아니다. 마음의 병 이야기다. 사회 전체의 병일 수도 있겠다. 환자는 청춘이다. 마음이 병들었든, 사회가 병들었든 그로 인해 아픈 청춘들이 이 시대에 너무 많기 때문이다. 이야기는 ‘아프니 청춘’이 아니라 ‘아프면 환자’라는 명제에서 다시 시작한다.
‘아프니까 청춘이다’라는 말이 한동안 유행했다. 그 말 속에는 ‘아픔을 견디며 기다려보자’는 잠언이 담겨 있는데 상당 기간 위안의 키워드로 청춘들에게 약효를 발휘했다. 언젠가 좋아질 거라는 희망의 메시지가 녹아 있었고, 거기서 위로를 느낀 청춘들이 제법 많았다.
그러나 지금은 그 말에 열광하는 청춘이 그리 많아 보이지 않는다. 그 말을 편안하게 받아들일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더는 없어 보인다. 참고 견뎠지만 나아지는 게 없더라는 반론도 거세다. 출구가 보이지 않는 어두운 현실에서 그 잠언 하나가 ‘근본 치유책’이 될 수 없음을 체험으로 절감했기 때문이리라.
아프다고 온 사람에게 병원은 “아프니까 환자예요. 아프니까 인간이에요”라는 식으로 이야기하지 않는다. ‘아프니까 청춘’이라는 말이 진통제의 효력을 가질 수는 있다. 그러나 통증의 뿌리를 자르지 못한다는 점에서 되려 면역력을 약하게 할 뿐이다.
이 시대 청춘이라는 환자들이 느끼는 현실 고통의 강도는 갈수록 세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