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재테크, 결혼, 승진 등으로 인생을 평가하는 웃픈 현실…
‘진짜 나답게 사는 법’을 《맹자》에서 만나다
“안녕하세요. 올해 마흔이 된 김○○입니다.” 처음 만난 사람이 자신을 이렇게 소개한다면, 듣는 이의 머릿속에는 상대에 대한 어떤 짐작들이 펼쳐질까? 결혼한 지 몇 년쯤 지났을 테고, 아이는 하나 아니면 둘. 30평대 아파트에 살며 대출금을 갚고 있을 것이다. 회사에서 직급은 늦어도 과장, 빠르면 부장.
모두가 비슷한 인생의 궤도를 걷던 시절에는 고정관념이라고도 불리는 이런 추측이 상당히 유용했을지 모르지만 이제는 다르다. 결혼은 했지만 딩크족인 A는 편견 어린 시선을 마주할 때마다 ‘내가 왜 아이를 갖지 않기로 했는지’ 반복해서 설명해야 하는 불편을 느낀다. 직장생활에 회의를 느껴 작은 가게를 시작한 후 하루 매출에 일희일비하고 있는 B는 3040세대의 평균 연봉이니 자산 현황이니 하는 소식을 들으며 ‘나는 중간도 못 가는 사람인가보다’라고 자조한다.
마흔이면 당연히 이래야 한다며 ‘오지라퍼’로 돌변해 인생 훈수를 놓기 시작하는 사람들을 향해 《내 나이 벌써 마흔인데 해놓은 게 아무것도 없어》는 ‘지금 이대로도 충분히 행복하다’고 말한다. 있으면 있는 대로, 없으면 없는 대로 켜켜이 쌓아온 삶의 지혜가 있는 나이이기 때문이다. 이 책은 동양 철학사에 한 획을 그은 맹자를 위대한 사상가가 아닌 옆에서 함께 고민하고, 슬퍼해주고, 술 한잔 건네는 인생 선배쯤 되는 위치에서 곳곳에 등장시킨다. 저자의 이야기가 먼저 나오고, 그에 맞는 인생 선배 맹자의 이야기가 합을 맞추니 읽는 재미와 함께 깨달음을 보태어가는 재미마저 쏠쏠하다.
맹자의 스승인 공자는 불혹이라는 말을 통해 세상의 어떤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나이가 마흔이라 했지만 오늘날 마흔은 더없이 흔들린다. 잘나가는 친구 앞에서, 조기 퇴직의 문턱 앞에서, 끊어질 듯 불안한 가족관계 앞에서. 이러한 현실에 맞닥뜨리고 치이는 마흔의 솔직 과감한 이야기를 만나보자.
어릴 때는 당연하다고 생각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나이가 들며 생각이 바뀌는 때가 온다. 몇 년 전부터 절실하게 느꼈던 것이 바로 '나이에 맞는 모습'이다. 이 책의 프롤로그에서 발췌한 윗 문장들을 보면 내가 무슨 말을 하려는 지 단번에 알 수 있을 것이다. '마흔'이라는 나이 또는 중년의 남성에게 사람들은 결혼, 아이, 직급, 재산을 '제멋대로' 유추하여 질문한다. 이것이 무례하다는 생각은 전혀 하지 못한다.
우리나라에서 유독 심한 이 현상은 어떤 나이대에도 적용이 된다. 10 대에는 학생답게 공부를 해야한다, 20 대에는 좋은 대학 또는 좋은 직장에 취직을 해야한다, 30 대에는 결혼을 하고 재산을 쌓아가야 한다, 40 대에는 그럴듯한 직위에 올라 재산을 꽃 피우는 시기이다, 50 대에는 커리어의 정점에서 서서히 내려오는 시기로 은퇴를 준비해야 한다와 같은 모습이다.
나는 이러한 '나이에 맞는 모습'이 없다고 생각한다. 조금 강하게 말하자면, 우리나라에서 만연한 이러한 생각들이 '없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대학에 갈 수 있는 나이, 취업에 유리한 나이가 정해져 있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대부분의 사람들이 이러한 시기에 맞추어 살아간다. 물론 이 사람들은 아무 잘못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