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잔혹극'이라는 말은 폭력이나 신체훼손 등을 떠올리게 하고 실제 잔혹극에서도 고문이나 형벌 등의 상황이 많이 등장하지만, 잔혹극에서 중요한 것은 '잔혹한' 상황 속에서 배우가 겪는 고통 자체가 아니다. 그보다는 관객들이 극 속에 완전히 몰입되어 무대 위 배우의 고통을 자신의 것처럼 체험하는 일이다. 이러한 '카타르시스'의 체험이 극장문을 나서는 관객들에게 어떠한 변화를 야기한다는 것.
잔혹극의 창시자인 앙토냉 아르토(Antonin Artaud, 1896∼1948)에게 잔혹극의 목표는 '인간의 치유' 또는 '세계의 새로운 창조'이다. 이 책의 옮긴이는 '아르토에게 연극은 삶이었으며, 삶은 곧 연극'이라고 말하고 있는데, 화가 반 고흐처럼 정신병에 시달리다 삶을 마감한 아르토에게 이러한 잔혹극은 단순한 이론만은 아니었던 것이다.
이 책은 아르토의 잔혹 연극에 대한 미학서이다. 아르토의 새로운 연극과 잔혹성의 의미가 무엇인지를 프로이트나 사드 등과 관련지어 풀어내면서 연극에 대한 아르토의 방식을 총체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아르토의 미학이 로제 비트락의 , 미셸 드 겔드로드의 , 사뮈엘 베케트의 등의 작품에 끼친 영향과 이 작품들에서 잔혹성이 어떻게 형상화되는지를 살펴본다.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잔혹성’ 이란 잔인함, 거침, 공포의 감정과 연관된다. 드라마나 영화 를 볼 때, 누군가가 칼을 들고 쫓아오거나, 살해한 방법이 잔인하면 “잔혹해!” 라고 말하곤 한다. ‘잔혹성의 사전적 의미는 잔인하고 혹독한 ‘성질’을 말한다. 앙토냉 아르토는 이 ‘성질’ 을 연극에 적용한다.
연극에서 집단적 잠재 의식의 원형인 공포, 혹은 공포의 본질은 하나의 대상을 얻으려는 목 적으로 갈등하는 두 힘의 대립으로는 표현될 수 없을 것이다. 공포는 극적인 갈등의 부족으 로 표현되거나, 창조자의 훨씬 더 심오한 갈등에 의해 표현될 것이다. 이때 창조자는 절대 적인 서정적 방식으로 잠재의식의 충동의 힘에서 그 충동의 표현으로 옮기려 애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