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금석문(金石文)은 유물과 역사 기록에 생명을 불어넣는 존재이다. 특히 자료가 부족한 고대사 분야에서 금석문의 가치는 더욱 소중한 것이다. 이 책은 고대인의 목소리가 생생하게 담긴 자료인 금석문을 가지고, 우리 고대사의 비밀을 파헤치고 있다.
올바른 세계관에 입각한 과학적 역사관 수립을 모토로 하는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분과는 일반 대중들에게 금석문을 통해 고대사를 쉽고 흥미롭게 전달하기 위해 이 책을 집필하였다. 총 17명의 한국고대사 전공 소장 학자들이 대거 참여한 10년 간의 노하우가 그대로 담겼다.
금석문 연구의 핵심은 금석문 '읽기'이므로 총 18꼭지의 관련 금석문들의 사진과 원문을 나란히 배치해 금석문에서 원문의 글자를 찾아볼 수 있도록 배려하여 독자들이 직접 금석문을 읽어볼 수 있도록 하였다. 진흥왕 순수비와 무령왕 지석, 청동기시대의 문양 자료 등 한국 고대사의 중요한 금석문들을 거의 망라하여 고대인들의 자취를 직접 짚어낼 수 있도록 하였다.
이 책과의 첫 만남은 과사무실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책을 처음 봤을 때 느꼈던 감정은 보존상태가 양호하다는 점이었다. 2004년에 간행된 책이라서 사람들의 흔적이 많았을 것이라고 짐작했다. 그러나 책의 표지나 책등의 상태를 살펴보면 간행된 지 대략 5년도 채 안돼 보였다. 어떻게 보면 책을 소중히 여기며 관리를 잘했다고 칭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한편으론 국사학과 사람들이 책을 얼마나 멀리하는지 알려주는 이정표 같기도 했다. 분명 책을 지은 저자는 이 책이 널리 읽히길 바랐을 것이다. 그러나 17년 동안 독방 늙은이처럼 아무도 찾아주지 않은 신세가 되었으니 안타까울 뿐이었다. 그렇기에 이번에 이 책을 읽고 국사학과 재학생들에게 추천해보면 어떨까 하는 작은 소망이 생겼다. 이러한 작은 소망이 현실이 되길 희망하며 책의 첫 장을 넘겼다.
책의 첫 장을 넘기니, 자연스레 책을 소개하는 목차가 나왔다. 물론 간행사에는 책의 제목처럼 고대사 연구에 있어 금석문의 중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가령 무령왕 지석(誌石)이나 냉수리비가 1차 사료에 새로운 생명을 불어넣은 소중한 금석문으로 표현된 것처럼 말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눈에 띄었던 것은 이 책을 만든 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 분과에 대한 설명이었다.
“이 책은 고대사 연구자들이 금석문이라는 단편적인 자료를 어떻게 읽어내고 해석하여 한국 고대사의 구석구석을 복원해가는지, 그 고민과 추론의 과정을 담고 있다. 자료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고대사라는 영역을 개척하려면 상상력이 필요하지만, 그것은 소설적 상상력과는 전혀 다르다. 주어진 자료를 냉정하게 분석 비판하고, 수도 없이 곱씹어 보면서 조심스럽게 한 발 한 발 결론에 다가가는, 합리적이고 과학적인 상상력이 필요한 것이다. 이 책의 필자들은 이러한 고민과 사색의 과정을 독자들과 함께 나누고 싶어 이런 기획을 준비해왔다.”(한국역사연구회 고대사 분과, 『고대로부터의 통신』, 푸른역사, 2004, pp.7-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