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제11회 세계문학상 우수상 수상작 『어느 철학과 자퇴생의 나날』. 그 어디서도 출구를 찾을 수 없는 무력한 한 청춘의 자화상을 담은 작품이다. 저자는 이 작품을 통해 소외된 자들끼리의 공동체라는 우리의 느슨한 환상에 찬물을 끼얹으며 세상 끝에서 다시 짜이는 먹이사슬의 세계, 너무도 끔찍해서...
이야기는 캐릭터와 사건의 조합이다. 사건보다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것(building)이 이 안타까운 소설의 전개방식이다.
주인공 '이인우'는 아빠가 엄마가 되어 버린 현실을 받아들이기 힘들다. 주눅이 들고 고민만 늘어난다. 경제적인 문제가 아니라 정체성의 문제다.
34쪽이다.
<형벌이다. 트랜스젠더의 자식으로 살아간다는 것이 너무 힘들다. 신은 인간을 창조할 때 장난기가 발동했던 모양이다. 남자를 만들어 놓고 여자의 살가죽을 입혔으니 말이다. 여자를 만들어 놓고 남자의 살가죽을 입혔으니 말이다. 인간이 스스로 그 살가죽을 벗으려면 얼마나 많은 피를 흘려야 하는지 정말 몰랐단 말인가. 신은 하필 왜 그런 장난을 부렸는지 모르겠다. 아니면 일부러 제 3의 성을 만든 걸까. 나는 엄마를 무자비하게 성토하는 친척들 얼굴을 보는 것이 죽기보다 싫다>
그는 대학교를 자퇴하고 오지 말라는 현역군인이 되기 위해 재검을 받았다. 친구들은 제대할 나이이지만 영장을 기다리고 있다. 아르바이트로 '늙은 영화'네 보신탕 가게에서 개털 작업을 한다. 해바라기 밭에 가서 개털을 토치로 그을리는 작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