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숨겨진 이야기에 심취했었다. 지하철에 자주 출몰하는 정신이 이상한 여자의 인생 이야기라 던지 이웃집 아주머니의 이상한 습관에 얽힌 내막과 같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이야기들 말이다. 호기심은 이를 파헤치고 싶은 열정과 자연스레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공대생이었던 내가 지금은 엉뚱하게 다큐멘터리 제작을 희망하고 있는 것도 자연스러운 것이다.
저자는 다큐멘터리 제작자에게 필요한 덕목으로 용기와 수수께끼를 풀려는 정열적 충동, 그리고 끈기를 말한다. 이와 같은 관점에서 볼 때 나는 꽤나 좋은 다큐멘터리 감독이 될 것 같다. 하지만 열정이 밥 먹여주지는 않는다. 다큐멘터리 감독이 처한 직업환경은 꽤나 열악하다. 특히나 한국에서는. 저자는 오늘날 다큐멘터리와 같은 논픽션 영화의 제작 비용이 감소하고 다큐멘터리 시장이 확대 되어 가고 있는 추세라고 말한다. 하지만 덧붙여 아직까지도 이를 직업으로 삼는 것은 굉장한 노력이 필요하며 사업가 적인 관점이 필요함도 말한다. 이 책의 5판이 나온 시점이 대략 2009년이라고 봤을 때 대략 8년이 지난 것이 오늘날이다. 그런데도 내가 봤을 때 여전히 다큐멘터리 제작은 풍족한 생활이라는 단어보다는 근근한 생계유지라는 단어가 어울려 보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다큐멘터리는 꾸준하게 제작되고 관객에게 전달된다. 그 이유에는 다큐멘터리가 갖고 있는 현실적인 매력이 중심에 자리잡고 있을 것이다. 존 그리어슨은 다큐멘터리란 ‘현실을 창조적으로 처리한 것’이라고 말했다. 다시 말해 다큐멘터리란 ‘감독이 전달하려는 의도에 맞게 ‘현실’을 재구성하고 다듬은 결과의 것’인 것이다.
책에서는 좀 더 구체적으로 들어가 다큐멘터리를 일반적인 논픽션 영화와 다음과 같은 세 가지 조건을 통해 구별한다. 먼저 다큐멘터리는 인간적인 가치, 즉 사람들의 선택과 가치 그리고 그로 인해 나타나는 결과에 관심을 갖고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