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비인간적 전쟁이 마비시킨 양심과 정신!엔도우 슈우사꾸의 장편소설 『바다와 독약』. 참신하고 폭넓으면서도 엄정한 기획, 원작의 의도와 문체를 살려내는 적확하고 충실한 번역으로 세계문학 독서의 새로운 기준이 되고자 하는 「창비세계문학」의 스물여덟 번째 작품이다. 전후 일본인에게 드러나는...
최근에 수술을 받은 적이 있다. 수술은 부분마취를 하고 진행되었기 때문에 의식은 내내 깨어있었다. 마취가 된 상태에서도 살이 잘려나가고 뼈가 부숴지는 것이 느껴졌다. 곧 죽을 것만 같은 공포에 사로잡혀 눈을 질끔 감고 온몸을 벌벌 떨었다. 나는 이대로 죽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어 심장이 터질 것 같은데 의사는 수술실에 최신가요를 틀어놓고는 여유롭게 수술을 해나갔다. 몇 분쯤 지났는지는 모르겠다. 살을 가르는 감각이 익숙해지기 시작하면서 공포는 사라지고 오히려 지루해지기 시작했다. 공포에 질려 긴장했던 몸이 풀리면서 피곤함도 느껴졌다. 고작 몇 분 사이에 이렇게 기분이 오갈 수도 있다는 사실이 신기했다. 이대로 잠들어버려도 괜찮겠다는 생각이 들 무렵, 바늘이 환부를 꿰매는 느낌이 들더니 수술이 끝났다. 그 후로도 마취는 계속되어 아픔은 없고 얼얼하다는 느낌만이 맴돌았다.
언젠가 이런 생각을 해본 적이 있다. ‘우리 세대는 나중에 어떤 이름으로 불리게 될까?’ 이제는 어느덧 나의 세대도 이름이 지어져 거시적인 연구의 대상으로 떠오르고 있다. 통칭 밀레니얼로 불리게 된 우리 세대의 가장 큰 특징은 무엇일까? 탐구해볼만한 지점은 무엇일까? 다양한 방면에서 다양한 분석들이 쏟아지고 있고 어떤 것은 공감하기도 어떤 것은 의아하기도 하다. 각각 그 나름의 개성을 지닌 사람들을 하나로 묶어 바라보아 생기는 문제이다. 그러나 경향성이라는 것은 분명히 있어서 세대로 묶어서 보는 관점은 꽤 의미가 있다.
세대라는 이름 아래 묶여 있는 한 사람으로서 우리 세대가 직면한 가장 큰 문제가 무엇일지를 생각해본다. 누군가는 이것이 문제라고 하기도 또 저것이 문제라고 하기도 하나, 세대에 속한 내부자로서의 사견을 감히 말하건대, 우리 세대가 직면하고 있고, 또 직면하게 될 가장 큰 문제는 정신적 빈곤이다. 모두가 가슴 속에 커다란 구멍을 하나씩 가지고 산다. 그 안에는 원래 아무것도 없었으며, 그렇기 때문에 무엇으로 채우건 그것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