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의 국가가 형성되는 과정에 있어서 전란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특히 반도라는 지리적 요건을 지닌 조선은 다양한 방식의 전란에 휘말려왔다.
그때마다 역사의 권력자들은 전란이 국가 발전을 위해 필요한 단계라고 말해왔다.
이는 ‘신화 만들기’의 일부로, 전란은 단순한 군사 작전이나 상대국과의 관계 등에 따른 어쩔 수 없는 과정 등으로 치부되어왔던 것이다. 그렇지만 전란에는 필연적으로 피해가 뒤따른다. 침탈에 의한 문화재 소실이나 자원 고갈은 물론,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일반민의 희생은 기존 사회 시스템의 붕괴를 가져온다. 이로 인해 피해가 어느 정도 수습된 뒤에도 전란은 사회 전반에 지속적으로 큰 영향을 끼친다.
때문에 한 나라의 역사가 어떻게 형성되었는지, 또 어떤 변화를 거쳤는지를 알아보려면 먼저 그 나라가 겪어왔던 전란을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
그런데 이 역사를 돌아보는 행위에는 어느 정도 ‘신화 만들기’의 입김이 작용한다. 이것은 어느 국가에든 해당되는 사안이며, 조선의 전란에 대한 기억과 기록 역시 예외가 아니다.
이 책은 조선 시대의 주요 전란들에 대한 위기의 기억이 ‘신화 만들기’의 결과는 아니었는지, 만약 그렇다면 그 이면에 숨은 진실은 무엇인지 알아보고자 하는 취지로 기획되었다.
'약육강식'
세계사의 모든 흐름은 이 한 글자로 정의된다. 무력, 자본력 등 그 힘의 형태만 달랐을 뿐 세계는 항상 약육강식의 원리로 흘러갔다. 그리고 그 형태를 가장 단순하고 확실히 보여준 것은 다름 아닌 전쟁과 반란 같은 무력 투쟁이다. 왜냐하면 자본의 관점으로 세계사를 이해하려 할 경우 상당한 수준의 경제적 지식이 필요하고, 그 인과관계와 과정이 상당히 복잡하게 얽혀 있지만, 그에 비해 무력 투쟁은 원인과 흐름, 그리고 결과가 간결하고 이해하기 쉽기 때문이다. 무력으로 상대를 짓눌렀다면 승자가 되는, 이런 이해하기 쉬운 관점이 또 어디 있겠는가? 무력 투쟁만큼 쉽게 세계사를 설명할 수 있는 요소는 없다. 따라서 세계의 전란을 파악하는 것은, 그 세계의 흐름을 가장 잘 파악하는 것이 된다.
'나선정벌'이라고 들어본 적 있는가? 아마 대부분 조선이 청나라도 막지 못한 러시아의 남하 정책을 억제한 자랑스러운 조선의 역사로 알고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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