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명 영화의 원작이 이 소설이라는 걸 서평을 쓰다 알았다.
주인공 '나'는 친구의 소개로 '그녀'를 만난 후 하룻밤을 보내게 된다. 이후 둘은 연인 그 비스무레한, 그러나 서로 구속하지는 않는 애매한 관계를 유지하며 사랑과 결혼, 섹스에 대한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도시적 사랑이랄까. 소설이 출간된 게 2005년이라 그때 당시에는 저런 세태가 신풍속도(?)로 여겨졌을까 싶기도 했다. 소설이 다루는 시대의 풍경만 이야기 해보자면, 정이현이 소설 낭만적 사랑과 사회에서 다룬 그런 풍경 같다.
등장인물들에 투영된 작가의 시니컬한 태도가 웃음을 자아냈다.
이 책을 처음 접한 것은 고등학교때이다. 당시 나는 독서는 전혀 하지 않고 오로지 대학합격만을 위해서 열심히 공부만 하고 있는 나였다. 그 당시 어머니의 강력한 추천에 혹시나 하는 마음을 가지고 책을 읽기 시작하였다. 당시 10대였던 나는 이책을 읽고 ‘여자는 결혼과 동시에 정말 끝이겠구나.’ 였다. 하지만 성인이 된 최근에 다시 읽어보니 이전에는 보지 못했던 다른 부분들이 하나둘 내 머릿속을 스치기 시작하였다.
이 책을 읽고 가장 큰 감명을 입은 것은 80년대부터 90년대에 충격적인 한국사회의 모습이었다. 공지영 작가는 60년대 사람이다. 그리고 나의 어머니와 내 또래 어머님들 또한 대부분 60년생이실 것이다. 그렇다면 공지영작가가 보낸 젊은 날의 시절을 우리 부모님도 똑같이 보냈다는 말인데, 작품 속에서 등장하는 시대적 배경인 80~90년대의 모습은 실로 충격적이였다.
영화, 소설 모두 그럭저럭 재밌게 보았다. 작가 특유의 작법(이게 맞는 말인지는 모르지만)이 맘에 들었다. 매우 간결해서 그런지 순식간에 책을 읽을 수 있었다.
시간강사란 직업을 가지고 있는 주인공은 자신의 가치관이 확실히 있다. 그의 가치관에 공감도 하고 왠지 내 생각을 대변해 주고 있다는 느낌을 많이 받았다. 특히 소설 앞부분에 현실과 비현실의 혼동에 대해 주인공이 비판하는 점에서 크게 공감할 수 있었다. 달리 생각해보면 매사에 분석하고 비판하고 왠지 모르게 시니컬한 주인공의 성격은 내가 주위사람이라면 무척 피곤할 것이다. 여동생이 “오빠는 언제나 원리 원칙만 내세워.”말하는 것과 어머니의 “네 녀석의 그 알아먹지도 못할 고리타분한 잔소리나 매일 들어야 한단 말이냐”말의 불평으로 감은 잡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