벙어리 냉가슴의 저자 이희승은 1896년 이 강산에서 태어나서 대한제국시대에 열다섯 살을 먹었고, 한일 합방 후 일본제국의 통치 밑에서 36년이란 세월을 견뎌왔으며, 1945년에 8.15광복이 되어 미군정 밑에서 만 3년을 지낸 인물이다. 대한민국이 수립된 이후에도 이승만(자유당) 집권 아래에서 또는 과도 정부와 민주당 치하에서, 그리고 군사혁명정부 밑에서 살아왔다.
이와 같이 차례차례 바뀌어 온 통치권 밑에서 가지각색의 풍파를 겪는 중에 그 중 어떠한 시대에도 ‘기탄없이 마음을 다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자유’를 맛본 일은 단 한 번도 없으시다. 입술을 들썩이고 곧 튀어 나오려는 말을, 혀를 깨물다시피 막아버리고 그것을 되씹어서 꿀꺽 삼켜 버리는 일이 너무나도 많았다. 자유롭게 말하고 자유롭게 행동할 권리가 국민 누구에게나 주어진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로서는 상상도 못할 날들을 그렇게 꾸역꾸역 살아오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