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소개
끝없는 시적 변모 속에서 간명한 언어와 따스한 서정으로 삶의 의미와 시대의 진실을 노래하며 서정시의 전범을 보여주는 이시영 시인의 신작 시집 『하동』이 출간되었다. ‘결빙된 현실에 온기를 더하는 아주 오래된 노래들’에 깃든 자기성찰의 긴 여백 속에 큰 울림을 선사하였던 『호야네 말』(창비...
평소 시집을 아니, 책을 인생의 가장자리에 미약하게나마 유지하고자 생각한다. 어울리지 않는 책가방을 메고 이동할 때 몇 페이지 뒤적거리곤 하는, 머리맡에 놓아두었다가 뒤척임에 걸려 떨어지는, 더군다나 스스로가 시(時) 라는 것을 음미할 수 있을 만한 깜냥이 되지 않는다는 핑계로 멀리하는 경향도 짙다.
부질없는 이야기는 차치하고, 2018년도 새해 이시영 시인의 ‘하동’이라는 시집을 접하게 된 것도 이와 같은 이유에서다. 스스로 시집을 구매해서 읽을 리는 만무하고 독서를 즐기는 어느 선생님의 새해 선물이었다. 우연을 가장한 필연이라고나 할까. 평소 시와 가까운 삶을 살아온 것은 아니지만 책장에는 열 대권 남짓한 시집이 꽂혀져있다. 누구나 이름을 들으면 알만한 시집들이 대부분이고, 지인의 추천을 받아 구매했던, 유명하지 않은 시집도 있다.
그래서인지, 내가 시에 대해 문외한이라는 것이 정확한 이유일터이겠지만, 시집을 접하면서 ‘새롭다는 생각이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