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은, 침묵으로 지은 집 분석

소개글

조은의 소설 <침묵으로 지은 집>을 분석한 글입니다.

목차

1. 작가소개
2. 줄거리 소개
3. 등장인물 분석

3.1. 나 - 기억의 여행자
3.2. 아버지 - 설 자리를 잃은 자
3.3. 어머니 - 기억하는 자
3.4. 남편과 동생 - 기억하지 못하는 자
3.5. 그 외 기억 속의 등장인물들 - 상처받은 자들

4. 작품 분석
4.1. ‘침묵의 집’의 정체성
4.2. 기억의 복원을 통한 소설
4.3. 기억의 이분법 체계 균열과 여성 침묵의 출몰
4.4. 아버지의 부재와 환유적 구성

<<참고 문헌>>

본문내용

작가의 이런 노력은 외부의 현상 변화에 의한 인과적 결과로도 나타난다. 지금까지 여성의 침묵을 표상하지 못한 것은, 이분법적 상징적 분류 체계에 기반을 둔 남성의 공적 기억만을 표상하는 기억의 체계가 그 부정태/변형태인 여성의 사적 기억을 종속시킨 채 존재하였기 때문이다. 이러한 체계가 소련과 동구권의 몰락으로 인한 냉전의 붕괴, 그리고 남북관계의 변화 등을 통해 그 힘이 약화되기 시작하자 거대서사에서 이루어진 대립구조와 가부장적 가족서사도 덩달아 흔들리기 시작하였다. 이 틈새로 여성의 침묵이 드디어 표상되기 시작한 것이다. 하지만 여성의 ‘침묵’은 표상시켜 줄 기표가 없기에 선형적인 시간적 전개과정을 통해 표상되지 않고 마치 즉물적인“유령”처럼 갑자기 출몰한다.

“기억들은 어느 순간 틈입해 들어온다. 기억하고 있다고 생각한 적이 없던 기억들이다. 아니 그녀 기억의 끄트머리 어디쯤에 낙서처럼 지워지다 만 기억이다. 전혀 생각지 못한 순간 기억들이 튀어나온다.”

4.4. 아버지의 부재와 환유적 구성
작품의 화자는 한국전쟁이라는 사건에 대한 기억을 오이디푸스 서사로 조직하는 주체가 아니다. 이러한 주체가 되기 위해서는 사건이나 경험을 이전—현재진행—이후라는 선형적 시간성으로 조직할 수 있어야 하며, 이러한 능력은 상실—수난—회복이라는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성공적으로 겪어야만 획득된다. 하지만 언어외적 토대로서의 아버지가 부재함에 따라 아버지의 기능이 배제됨으로써 ｢침묵으로 지은 집｣의 화자는 선형적으로 시간을 조직할 능력을 얻지 못한다. 따라서 아버지에 대한 기억 여행을 떠나지만 결코 상실—수난—회복이라는 오이디푸스서사를 따르지 못하는 것이다. 대신 환유적 연쇄를 이루며 출몰하는 기억들의 파편들이 국가 중심적이고 가부장 중심적인 담론들의 이분법적 경계를 넘나들며 무너뜨리게 된다.

참고 자료

최종렬, ‘침묵의 환유적 출몰: 담론이론으로 읽은 조 은의 「침묵으로 지은 집」’, 한국사회이론학회, 2004

권명아, [서평] ‘기억의 복원과 방법론적 딜레마 - 조은,「침묵으로 지은 집」’, 문학동네, 20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