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생규장전 감상문

소개글

최랑에게 보내는 편지형식의 이생규장전 감상문

목차

없음

본문내용

최랑에게.
한 줌의 먼지처럼 그렇게 가 버린 너를 생각하니 또 마음이 아파오는구나.
그래도 마지막 가는 길은 네가 그토록 만나기를 고대했던 낭군님과 함께 있을 수 있게 되어 참 다행이라고 생각한단다.
그동안 얼마나 서럽고 힘든 일이 많았니. 내가 만약 너와 같은 일을 겪었더라면 나는 벌써 포기하거나 좌절하고 말았을 거야. 그것이 이생과의 혼인 문제였든, 도적에게 정절을 빼앗길 것이냐 죽음을 택할 것이냐 하는 문제였든. 그래서 나는 네가 참 대단히 용기 있는 여인이었다고 생각해. 특히 도적에게 정절을 뺏기고 살 것이냐, 정절을 뺏기지 않고 죽을 것이냐 하는 상황에서 네가 보여 준 행동은 보통 용기 있는 사람이 할 수 없는 결단이었을 거야. 지금을 사는 우리로선, 그런 상황은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거든.
참 부러운 게 한 가지 있어. 너와 이생의 만남 말이야. 한 눈에 반하기도 쉽지 않은 일인데다가 결국 바라던 사람과 백년가약을 맺고, 죽어서도 그 인연을 지켜갈 수 있다니. 너무 쉽게 이혼을 말하는 요즘 사람들에게 너희 이야기를 들려주고 싶은 생각이 들더라. 이렇게 서로를 배려하고 아껴주고 사랑해주는 것이 진정한 사랑입니다, 라고.
하지만 그렇다고는 해도 너와 이생의 만남이 모두 아름다웠다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아. 처음 너와 이생이 만나는 것을 알았을 땐, 너와 몰래 만나는 일이 밖으로 새어 나갈 것을 두려워하는 이생을 보면서 참 답답했었어. 남자가 왜 그렇게 소심한지. 오히려 네가 다독거리고 그를 이끄는 모습을 보면서 어째서 너처럼 용기 있고 적극적인 여자가 소심한 이생에게 매달리는지 이해를 할 수가 없었지. 내가 그런 남자를 싫어해서인지도 모르겠지만, 이생이 아버지께 아무 말도 못하고 울주(울산)로 쫓겨 갔을 때에는 정말 화가 났었어. 어엿한 사내대장부라면 사랑하는 여인을 지키기 위해서 자신을 희생할 줄도 알아야 하는데, 자신이 아버지께 꾸지람 들을 것을 염려하여 사랑하는 사람을 힘들게 하는 이생이 참 못난 사람처럼 느껴지더라. 그래도 이생과 함께 할 땐 함박꽃처럼 환하게 빛나고 있을 너를 상상해보니 이생을 미워할 수만은 없었어.

참고 자료

김시습,이생규장전,고전소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