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식문화와 현대 식생활의 문제점
- 최초 등록일
- 2008.06.05
- 최종 저작일
- 2008.01
- 6페이지/ 한컴오피스
- 가격 2,000원
소개글
대학생이 된 후 책가방에서 해방된 도시락은 점심시간 동아리 방에서 잠시 등장하고 대학원에 진학한 후 한동안 일상화되기도 했지만, 그다지 큰 추억 거리를 남기지 않았다. 점심때마다 ‘오늘은 또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결혼 이후 때때로 도시락에 의존한 적 없지 않지만 열의를 보이던 아내가 하루 이틀 건너뛰다 씻어 둔 곳조차 잊어버리게 되면서 현실에서 차지했던 도시락의 문화적 가치는 거의 사라지고 말았다. 소풍이나 현장학습을 떠나기 전, 아이들을 위해 김밥 넣어주는 플라스틱 도시락이 간간이 아침을 분주하게 만들 따름이지만 그 도시락이 아이들의 추억에 얼마나 장식될지 확신할 수 없다. 학교급식이 엄마들의 아침 시간을 덜 성가시게 해방시켜준 까닭일까. 양은 재료의 직사각에서 보온의 스테인리스 재질로 모양의 원통으로 바뀌었던 도시락이 시중에서 사라진 요즘, 아이들 세계에 도시락 문화를 잇는 새로운 문화가 등장했을지 모른다. 이른바 ‘급식 문화’다.
요즘 학교급식을 놓고 아이들은 아이들대로 엄마는 엄마대로 말들이 많다. 그런데 좋은 말은 별반 들리지 않는다. 양이 부족하다는 불평이 거의 없이 맛이 그저 그렇다는 불만이 주류를 이루는 가운데, 학교에 식당이 있는 아이들은 밥 먹을 시간이 부족하다거나 지저분하다고 푸념하고, 급식 차에서 음식을 가져와 교실에서 배식하는 아이들은 절차가 번거로운 것을 불편해한다. 그래도 대체적으로 남기지 않고 잘 먹는 모양이다. “간장독과 아이들은 겨울에 내놓아도 얼지 않는다”고 했다는데, 한참 크는 아이들이라 그런가. 창밖에 급식 차가 도착하기만 하면 술렁이기 시작하는 아이들과 달리 급식에 대한 엄마들의 문제 제기는 구체적이다. 맛이나 양보다 영양, 영양보다 위생을 요모조모 따지며 아이들의 건강을 챙기려 든다. 농산물의 구입에서 조리 보관 운송에 이르기까지, 일일이 눈으로 감시할 수 없는 급식회사에 위탁하는 까닭에 만일의 사고는 학교 전체로 파급되기 때문일 것이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회의장에서 만난 한 경제학자는 대학원 학생들이 ‘연탄가스 중독’을 모른다며 웃는다. 대학원 학생이라면 적어도 25살 정도는 되었을 텐데, 지금부터 25년 전에는 한국의 가정에서 연탄아궁이가 사라졌던가. 있었더라도 어린 나이라서 느끼지 못했을 테지. 더운 여름날, 바람이 통하지 않는 방에 둘러앉아 풀리지 않는 논점을 놓고 긴 침묵이 흐를 때, 답답해지는 가슴으로 산소결핍과 기진맥진해지는 머리로 어지러움을 선생은 감지했을 터. 연탄가스 중독된 듯 가벼운 메스꺼움을 느꼈지만, 그 이야기를 들은 학생들은 잠시 어안이 벙벙했을 것이다. 연탄가스와 부탄가스 사이에서 혼란이 와 선생님 앞에서 표정을 수습하기 곤란했을 것이다. 큰 병원마다 고압산소 치료기를 경쟁적으로 갖추었던 시절, 새벽의 정적을 깨뜨리는 구급차는 영락없이 연탄가스 중독자를 싣고 겨울밤을 달리곤 했는데, 연탄아궁이가 연탄보일러로, 연탄보일러가 기름에서 가스보일러로 교체된 요즘, 고압산소 치료기는 동네 병원에서 자취를 감췄다. 1980년대 초순, 대학 졸업을 며칠 앞두고 죽은 친구의 영결식장에서 아들의 한의사 자격증을 내보이며 망연자실하던 친구 어머니는 죽은 외아들 방의 연탄아궁이까지 뜯어내고 기름보일러를 깔았는데, 그 이후 우리 사회에서 연탄가스 중독 이야기는 거의 들리지 않았던 것 같다.
연탄가스 중독을 모르는 요즘 대학생들은 ‘도시락’이 무엇인지 알까. 물론 잘 알 것이다. 도시락을 싸들고 다니는 대학생이 거의 완벽하게 사라진 대학이지만, 지금 대학생들이 초등학교와 중학교를 다닐 시절에 도시락은 있었을 테니까. 지금 고등학생들의 절반 정도도 도시락을 싸들고 다녔던 초등학교 시절의 경험을 아마 간직하고 있을 것인데, 중학생들은 어떨까. 도시락에 얽힌 추억은 그다지 없을 것 같다. 요즘 초등학교 아이들은 도시락이 뭔지 알까. 알긴 알 것이다. 과거를 더듬어 웃음을 엮어내는 코미디 프로그램에서 보았을 거고, 함께 텔레비전을 보던 부모들의 추억담을 전해 들었을 것이므로. 하지만, 충분히 체득하지 못한 까닭에 도시락에 얽힌 애환이나 정감 어린 풍속도는 머리에 담을 수 없을 것이다. 그 점은 중학생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도시락은 단순히 한 끼의 식사를 해결하기 위한 사각 또는 원뿔형 용기가 아니라 멀지 않았던 학창시절의 소중한 추억이자 문화였기 때문이다.
박봉의 교사를 때려치우고 빛바랜 면허증을 되살려 당시만 해도 도시 변두리였던 인천의
참고 자료
없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