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츠메 소세키, 루쉰, 염상섭 비교 - 근대를 바라본 세 광인
- 최초 등록일
- 2008.03.15
- 최종 저작일
- 200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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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개글
광인이라는 것을 주제로 세 작가를 비교한 에세이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나츠메 소세키와 염상섭이 살던 근대는 밀려드는 자본주의의 환희에 온 국민이 감탄하던 시대였다. 기차의 빠른 속도는 며칠을 걸어야 했던 거리를 단 몇 시간으로 단축시켰고, 스위치 하나만 누르면 밤도 대낮처럼 밝아졌다. 공장에서 나온 물건들이 상점을 가득 메운 풍요 속에서 누가 자본주의를 비판할 수 있었을까. 그러나 그 광인들은 그렇게 했다. 화폐신 앞에 ‘감히’ 나서 손가락질 하고, 제단 뒤의 어둠을 파헤쳤다. 이들의 작품에 등장하는 광인들이 곧 작가 자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그러나 이들의 광증은 저마다 다른 방향으로 뻗어나간다. 근대 지식인으로서의 삶을 살았다는 포괄적인 공통점을 제외하면 살고 있는 나라나 가정환경, 사상들이 모두 일치하지는 않았기에 광증의 증세 또한 각기 다르다.
먼저 소세키가 주목했던 것은 근대 문물이 가져오는 관습, 특히 도덕의 변화였다. 화폐가 가져다주는 생활이 풍요로우면 풍요로워 질수록 화폐 아닌 다른 것들은 도외시되었다. 돈으로 할 수 있는 일이 많아질 수록 돈이 없이는 할 수 없는 일 또한 늘어난 것이다. 친족간의 우애, 친구간의 의리처럼 근대 이전에 중요하게 여겨져 왔던 것들이 물질문명의 해일 앞에 사정없이 부서져 나갔다.
아내는 그러한 내 태도에 대해, 당장 생활에 곤란을 느끼지 않으므로 마음이 해이해져서 그러는 것으로 생각하는 것 같았습니다. 처가에도 어느 정도 재산이 있는데다가 나 역시 돈을 벌지 않아도 지장 없는 처지에 있었으니 그렇게 생각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습니다. 나에게는 어느 정도 독단적인 면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내가 소극적으로 된 주된 원인은 그것과는 전혀 상관이 없었습니다. 나는 숙부에게 기만당했을 때 남은 믿을 수 없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으며 그만큼 나 자신에 대해서는 완벽하다는 생각을 갖게 되었습니다. 세상이야 어떻든, 나만은 틀림없는 사람이라는 자신을 갖게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한 믿음이 K의 일 때문에 보기 좋게 무너져버리고 나 자신도 숙부와 다를 바 없는 인간이라는 것을 깨달았을 때 나는 갑자기 정신이 이상해진 것 같았습니다. 남에게 정나미가 떨어진 나는 나 자신에게조차 혐오감을 갖게 되어 아무 것도 할 수가 없었습니다....
참고 자료
나츠메 소세키, 서석연역,『마음』, 범우사, 1999
루쉰, 김시준역, 『광인일기』, 서울대학교출판부, 1997
염상섭, 『표본실의 청개구리』, 소담출판사, 20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