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오빠가 돌아왔다 감상문

소개글

김영하씨의 소설 <오빠가 돌아왔다>의 감상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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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며칠 전 꿈을 꾸었다. 나는 낯선 영화관에 있었는데,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라는 영화와 <기억이 나지 않는..> 영화의 표 두 개가 내 손에 쥐어있고 둘 중에 선택을 해야하는 상황이었다. 나는 망설이다가 퍼뜩 내 앞의 누구인가를 향해 소리를 질렀다. “그래서, 엄마가 왜 아빠한테 돌아온 건데? 오빠는 왜 돌아왔대?”
다음 날엔가 또 꿈을 꾸었다. 운동회 날 이었다. 아빠는 하얀 수건을 머리에 뒤집어쓰고 학부형 달리기 대회를 하고 있었는데 나와 엄마는 플랜카드를 들고 “아빠 파이팅”을 외치고 있었다. 나는 열렬히 응원하는 엄마를 못마땅해하면서 오빠에게 다가가 물었다. “엄마는 아빠가 지겹지도 않은 건가?” 오빠는 “여자는 남자의 미래니까” 라고 대답했다. 그래서 나는 오빠에게 이렇게 되물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서 돌아온 거야? 17살짜리를 데리고서?”
소설과 꿈속의 오빠는 영원한 스무 살이고, 그의 여동생은 언제나 13살일 것이다. 나보다 한 살이나 적은 오빠가 진지한 얼굴로 현실의 나에게 13살짜리를 대하듯 말했다. 여자는 남자의 미래다- 라고.
보통 단란한 ‘가족’ 의 이미지라면 엄하고 자상하신 아빠(은행 정년퇴직)와 고상하고 가정적인 엄마, 우등생 큰 오빠(대기업 사원임)와 야무진 며느리(보통은 대졸). 그리고 얌전한 중학교 1학년 짜리 여동생 일 것이다. (덤으로 커다란 애완용 강아지까지 있으면 좋다)
그런데 <오빠가 돌아왔다>에서 아빠는 술꾼에다 고발꾼이고, 아들은 아빠를 작신작신 두들겨패는 택배회사 직원에다, 그의 미성년자 동거녀가 있고, 함바집 아줌마인 엄마와 중학교 1학년 짜리 오빠의 여동생- 이들은 ‘집’에 살지만, 아무리 봐도 일상적이고 평범한 가족의 구성원들은 아닐 것이다.
그런데, 오빠가 돌아왔다. 17살짜리 여자애 (남자의 미래)를 데리고서 의기양양하게 대문을 열었다. 미래가 부재하는 나약한 아버지를 제압하고서는 말이다. 그리고 아빠의 미래-엄마-가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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