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정모의 고삐 (서평 및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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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평 및 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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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TA의 체결여부를 두고 국내가 한창 시끄러웠다. 지방지역의 농가에는 곳곳에 플랜카드가 걸려있고 내 고향인 이천 역시 마찬가지이다. FTA의 반대운동이 더욱 확장되어 반미운동으로도 진행되었는데 윤정모의 ‘고삐’란 책은 바로 반미운동에 관한 내용을 담고 있어서 더 흥미로웠다. 사실 우리 또래세대는 민주주의사회에 대해 당연한 걸로 여기고 있고, 우리 아버지세대가 겪었을 억압의 고통과 민주주의가 실현된 자유의 기쁨 역시 자세히 알지 못한다. 그러나 ‘고삐’를 읽으며 윤락여성을 통해 미 제국주의의 폐해가 낱낱이 드러나는 과정을 보며 나는 분노와 동시에 연민을 느꼈다. 그 시대의 깨어난 지식인을 제외한 미국을 우상시하고 미국적인 것에 열광하는 사람들, 즉 ‘고삐’에서 해인과 같은 사람들에게 내가 느끼는 연민은 다시금 이 책을 읽기 전의 나의 무지에 대한 연민으로도 이어졌다. 윤락여성들의 삶이 피폐해지는 과정은 내가 남자이기 때문에 더욱이 모르는 것이지만 이 책을 통해 읽은 그들 삶의 모습은 나에게 그저 충격이었다.
어린 시절 윤락가라던가 유흥가에 대해 전혀 모르고 자란 나와 달리 여관촌의 기생인 어머니를 둔 이 책의 여주인공 정인의 삶은 환경 자체가 폭력적이었다. 정인의 아버지가 빼앗긴 공장을 되찾고자 미국의 힘에 대항해 노동운동을 하다가 쫓기는 사이 정인의 어머니는 그 아버지를 추적하던 첩보원과 바람이 나서 정인을 업고 야반도주를 해 그 첩자와의 사이에서 해인을 낳는다. 그러나 첩자 역시 가정이 있는 사람이었고 결국은 어머니와 해인은 버림받게 된다. 영양실조로 큰 입과 팽창한 복부를 가진 해인을 바라보며 정인은 까닭모를 강한 혈육의 정을 느끼고 그에 집착한다. 책에서는 이러한 정인의 심정을 사람은 천성적으로 누군가를 사랑하지 않곤 배기지 못하며 사랑으로 인해 자기 존재를 확인해가기 때문일 것이라고 서술했는데 나 역시 그에 긍정한다. 정인이 그 힘든 상황에서도 악착같이 살아가기 위해서는 살아가는 이유를 만들어야 할 필요가 있었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그 이유가 바로 어린 해인이었을 것이라고. 정인은 해인만큼은 어머니와 다른, 자신과는 다른 삶을 살게 해야 한다는 심정으로 소개소를 찾아다니고 비어홀에서 술을 따르며 돈을 모으던 중 한상우를 만난다. 한상우는 입대 전날 정인과 하룻밤을 보냈지만 그 하룻밤을 인연으로 계속해 정인과 만남을 시도하고 정인을 올바른 길로 이끌려고 계속해 노력하는 남자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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