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페라 돈 카를로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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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페라 돈카를로를 보고 개인적인 견해와 주관이 섞인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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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 없는 초상화, 비운의 왕자 돈 카를로를 형상화하기 위해서였을까? 얼굴이 검게 칠해지고 핏붉은 옷을 입은 모습에서 오페라“돈 카를로”의 내용이 심상치 않음을 포스터의 드리운 어두운 기운으로 느낄 수 있었다.

‘아들을 죽인 아버지’의 테마, 낯설어 보이는 이야기지만 사도세자를 쌀독에 가둬 죽인 영조의 이야기를 알고 있는 한국사람 이라면 그리 낯설지 않은 주제일 것이다. 이탈리아의 대 작곡가 베르디는 스페인 제국사의 실화를 웅장한 스케일의 오페라로 만들어 무대로 오르게 하였다. 베르디 후기의 대작 시리즈로서 운명의 힘, 아이다와 함께 돈 카를로 역시 베르디를 오페라의 대부로 군림할 수 있게 한 대작중의 대작이라 할 수 있겠다.

서늘해지기 시작한 가을바람이 잔잔해질 무렵, 예술의 전당 오페라극장으로 향하는 내 발걸음도 쉽게 접하지 못한 오페라를 보게 될 것이라는 기대와, 세계 유수의 오페라 극장에서 화려하게 활동하는 주역가수들을 한자리에 볼 수 있다는 기대로 점점 종종 걸음을 재촉하기에 이르렀다. 시작시간을 조금 넘기고 들어간 무대에는 돈 카를로역의 테너 김재형과 로드리고역의 바리톤 강형규가 유명한 이중창 “함께 살고 함께 죽는다.”를 서로의 재능을 뽐내듯 하며 멋들어진 노래를 들려주고 있었다. 형제와 같은 의리로 이들의 기세 높은 이중창이 불리는데도 무대는 어두운 검은 배경과 조명으로 앞으로 이어갈 오페라가 그리 즐겁지 않음을 예견하는 듯 보였다. 인간과 인간의 세계가 가진 약점을 낱낱이 드러내고 있는 오페라 돈 카를로.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는 중세에 종교라는 이름아래 인간의 살육이 이어지고, 종교재판관 앞에서는 왕도 어쩌지 못하는 거대한 권력, 아들을 살해하고 싶은 마음을 말하며 그것이 면죄부를 받을 수 있는지에 초점을 맞추는 아버지, 자식을 살해하는 것이 죄 인줄 알면서도 사랑하나를 얻기 위해 적수라고 생각하는 아들을 제거하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드러내는 왕, 왕자를 사랑하지만 어쩔 수 없이 왕하고 결혼해야만 했던 공주의 사랑의 딜레마, 왕을 정부로 두고 있지만 왕자를 짝사랑 하게 되는 공주, 모두 다 얽히고설킨 모양으로 나타내고 있다. 이 역시 지금 우리가 살고 있는 현재의 모습과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는 극의 아이러니는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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