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이데아의 동굴

소개글

스페인 소설 `이데아의 동굴` 독후감
김상유 교수님께서 번역한 책입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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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열정’ ‘플라멩고’ 등 스페인 하면 딱 떠오르는 그런 화려하고 자유로운 이미지 때문에 막연히 스페인이라는 나라가 궁금했었고 호기심을 불러 일으켰지만 어찌된 일인지 스페인소설은 내게 그다지 친숙하지 않았다. 물론 남미문학 역시 베스트셀러 작가인 파울로 코엘료의 작품을 제외하고는 일부러 찾아서 읽지는 않았던 듯하다.
하지만 이번 기회를 통해 읽게 된 스페인의 추리소설 ‘이데아의 동굴’은 여타 추리소설과는 확연히 다른 성격을 가지고 있었다. 한 장을 읽는데도 고도의 집중력을 필요로 하였고 또 그만큼 몰입되었다. 사건위주의 추리소설과는 달리 고대 이념이나 사상에 대한 대화는 철학분야에 문외한인 나에게 낯설게만 느껴지는 이야기였지만 그 이야기를 어렵지 않게 풀어가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통의 추리소설이 등장인물 소개나 배경설명으로 서론을 가득 채우고 나서 사건이 시작되는 반면에 이데아의 동굴은 시작부터 살인사건이 일어나고 중간중간 예상외의 사람들이 사고를 당하게 되며 후반부에 문제의 인물이 거의 확실히 밝혀지는 순간에도 마음을 놓일 수 없게 만드는 묘한 매력이 있었다. 즉, 이 소설은 단지 범인의 색출이 아닌 작가의 능청스런 연기에 또한 그의 트릭에 에필로그가 나올 때 까지 속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하게 만들기 때문이다.
이 소설에서는 종교의식 때문에 인간을 제물로 바치는 의식이 등장하고 제물에 바쳐지는 것을 영광으로 생각하며 희생을 기꺼이 받아들이는 고대인의 모습이 나온다. 이를 보고 종교에 대한 심취, 혹은 열정은 고대에서부터 쭉 뿌리내려져 온 것으로 현대에는 물론 저런 식으로 종교에 대한 믿음을 표현한 것이 사라지긴 했지만 신을 의지하고자 하는 인간의 마음은 매한가지 인듯했다. 또한 고대에도 몸을 파는 여자가 있었고 동성애가 있었고 여기서는 등장하지 않지만 근친상간도 존재했다는 것을 다시 한 번 상기할 수 있었다.
하긴 오이디푸스나 엘렉트라 콤플렉스 역시 고대에서 일어난 사건을 계기로 그들의 이름을 붙여 칭해지지 않던가. 현대에서 윤리적으로 배척되고 부정되는 것들은 모두 어느 순간 한 번에 등장한 것이 아닌 고대부터 아니 인류가 존재했던 순간부터 쭉 있었고 이어져 내려온 것이라고 생각하니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은 그 뒤로도 크게 변하지 않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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