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문]수필-참새

소개글

100% 필자가 쓴 글입니다. 어린 시절 참새를 잡았던 추억을 토대로 수필을 썼습니다. 짧은 수필 한 편 제출하기에 딱 좋은 분량입니다.

목차

없음

본문내용

나는 참새를 잡아본 적이 있다.
어린 시절 윤기가 좔좔 흐르는 검은 기와집에 살았는데, 깨진 수막새사이로 참새들은 곧잘 집을 짓곤 하였다. 소리가 나는 곳을 향하여 대나무 작대기로 쑤시다보면 마른 짚과 하얀 털들이 눈처럼 내려오면서 어린 참새도 함께 마당으로 떨어질 때가 간혹 있다. 까만 눈에 참새는 아직 여물지 않은 두 날개를 퍼덕이며 갑작스런 공격에 벗어나려 안간힘을 쓴다. 그건 흥부전에서나 나옴직한 상황인지라 마치 박씨를 물어다 줄 제비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일까. 소중한 보물인 양 가슴에 품었다. 그리고 자그마한 종이박스에 신문지를 찢어 폭신하게 만들어 준 다음 종지에 물과 쌀을 담아 넣어주었다. 비추는 햇살은 무척 따스했다. 행여 도망칠까 발에 하얀 명주실을 엮어 놨다.
“도망가면 안 돼. 이제 넌 내 거야. ”
쫴끄만게 소리가 여간 시끄럽지 않다. 아마도 제 어미를 찾으려는 거겠지. 측은한 생각이 들었으나, 내 머릿속에는 온통 박씨 생각뿐이었다. 울다 지쳤는지 나를 빤히 쳐다본다. 까만 눈에 물기가 어려 있다. 반투명한 회색 빛 눈꺼풀을 연신 깜빡거린다. 아직 털갈이를 하지 못해 솜털이 보송보송 했으며 부리는 초봄의 개나리처럼 샛노랗다. 검지로 등을 쓰다듬어 주려했지만 내가 아직 무서운가 보다. 또 짹짹거린다. 다시 놓아주기엔 너무 높은데서 떨어졌으며 날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또한 결정적으로 너무 귀여웠다.
참새는 무럭무럭 잘 컸다. 고양이가 잡아먹기 전까진.
전체적으로 뾰족하게 생긴 머리 생김새 때문에 사나워 보이는 그녀는 누런 바탕에 검은 줄무늬 털을 가졌다. 아마도 자신의 수염을 라이터로 꼬실라 버린 내가 미웠을 테지. 그래서 내 귀한 참새를 물어 죽인 것이리라. 뻣뻣하게 굳은 모습은 환상을 깨기에는 충분하였다. 조금만 더 컸더라면 하늘을 향해 날개 짓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럼 다른 아이들처럼 비단 같은 머리카락을 가진 예쁜 인형을 가지고 자장면도 실컷 먹었을 텐데.
고양이가 원망스러웠다. 죽은 참새도 원망스럽다. 차라리 눈에 띄지 않게 모두 먹어치우던가! 망할 놈의 고양이. 갖고 놀긴 왜 가지고 놀아. 그녀에게서 자유를 빼앗았다. 모가지에 줄을 걸어 마루에 내놓는 것으로 마무리 지었다. 가장 알맞은 형벌이다. 그리고 참새는 마당 한쪽 향나무 옆에 묻어줬다. 비록 박씨는 물어다 주지 못했지만, 그래도 ‘정’이란 것이 무엇인지 어렴풋이 깨닫게 된 순간이었던 것도 같다.

참고 자료

100% 본인의 추억이 담긴 수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