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소설감상문]역사와 작가 상상의 만남

소개글

김영하의 『검은 꽃』을 읽고 어느 하나의 주제를 잡아서 감상평을 쓴 것입니다.
제목에서도 알 수 있듯이 역사적 사실이 작가의 상상력에 의해 어떻게 재구성되었는지에 초점을 두어서 썼습니다.

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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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검은 꽃』은 시간을 역류하여 중세적 질서에서 벗어나지 못한 조선사회가 붕괴해가고 일제에 의한 식민지 근대화가 그 마각을 드러내기 직전인 대한제국 시절로 읽는 사람을 안내 한다. 비록 상상을 통한 재창조를 거치기는 했지만 상당한 시간적 간격을 지닌 역사적 사실을 토대로 해서 지난 시절의 사회상을 복원하고 당대의 주요한 사건의 전말을 추적해 나가는 형식을 취하고 있다는 데에서 역사소설로 분류가 가능 할 것이다. 하지만 이 작품은 기존의 역사소설이 추구하는 과거 시대의 충실한 재현이나 역사적 인물에 대한 낭만적 영웅화와는 어느 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있다. 그렇기에 이 작품은 역사소설에 대한 기존의 통념을 깨뜨리는 역사소설이라고 할 수 있을것이다.
(중략)
화자는 지나간 역사의 한 단락을 조명하면서 인간과 세계의 근원적 불완전성에 직면하게 한다. 그런 점에서 이 작품은 역사소설의 외양을 취하고 있지만 시대 상황이나 운명에 항거하는 문제적 개인의 일대기도 아니고 전모가 드러나지 않은 역사적 사실에 대한 인과적 고찰도 아니다. 화자는 지나간 역사를 이야기 하지만 이 이야기를 통해 역사에서 두께와 밀도와 질감을 지우고 비워냄으로써 끝내 텅 빈 無(무)에 이르게 한다. 조선인을 태운 배가 제물포 항을 떠난지 얼마 안 돼 조선이 일본에 합병됨으로써 그들이 떠나온 나라는 물에 떨어진 잉크방울처럼 서서히 사라져 간다. 에네켄 농장역시 혁명의 와중에 불태워지는 수난을 껵은뒤 황무지로 변한다. 그리고 김이정을 비롯한 소수 조선인들이 세운 ‘신대한’이름의 나라역시 풍문으로만 전해질 뿐 아무런 (중략) 여기서 작가는 왜 힘든 여정을 살아온 주인공들을 다 죽음으로 결말짓고 그들의 발자취를 다 지워야만 했을까? 이것은 작가가 시종일관 소설을 쓰면서 거리를 두었던것과 연관이 있지는 않을까? 우리에게 이러한 역사적 여정을 보여주면서 작가는 그냥 보여줄 뿐이지 평가나 반성은 독자의 몫으로 완전히 남겨 놓기 위해 자신의 흔적을 다 지워버린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이것이 내가 이 작품이 다른 역사소설과 다른 점이라고 생각하는 마지막 이유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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