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평] 검은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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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05년 멕시코로 이주한 조선인들의 운명을 그린 이 소설은 일단 역사소설의 외양을 취하고 있다. 소설을 읽으면서 토지나 아리랑이 생각난 것도 이때문인 듯 하다. 하지만 이책은 조금 딱딱하고 상투적인 역사소설과는 다른 무언가가 있다고 느꼈다.
‘대한제국이 거의 멸망할 무렵인 1905년 4월, 영국 기선 일포드호는 조선인 1033명을 싣고 제물포항을 출발해 멕시코로 향했다.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것은 농장에서의 가혹한 노동과, 혁명과 내란으로 점철된 라틴아메리카의 혼돈상이었다. 4년간의 의무기간 동안 비인간적인 대우를 받으며 착취를 당한 그들은 농장에서 해방된 이후에도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한 채 멕시코 전역을 떠도는 신세가 되며, 그들 중 일부는 멕시코에 불어닥친 혁명과 내전의 소용돌이에 휩싸여 죽고 죽이는 싸움을 벌인다. 이 와중에 그들은 밀림 속에 ‘신대한’이란 국호의 자립적인 소국을 건설하는 원대한 계획을 세웠지만 현실의 벽에 부딪혀 좌절되고 만다.‘
줄거리만 보아서는 다른 역사 소설과 별반 다를 바가 없어보이지만, 이책에는 뭔가 다른 것이 있었다. 그것은 작가의 감정이 잘 절제된 문체였다. 대부분의 역사소설을 보면 과장된 민족주의와 진하게 배어나오는 남존여비 사상들이 보인다. 식민지 시대에 겪었던 우리 조상들의 고통에 대한 보상심리로 인하여 이러한 결과가 나타나는 것이다. 임진록 같은 경우도 임진왜란을 배경으로 해서 지어진 책이지만 결말은 역사와 다른 것과 같은 경우에서도 알 수 있듯이 예나 지금이나 이런 경향은 잘 변하지 않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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