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한시] 최치원의 시세계

목차

Ⅰ. 고운 최치원의 생애
Ⅱ. 최치원의 시 세계
1.최치원 시작 모티브의 전체적 조망
2. 탈속(脫俗)에의 염원
3. 삶의 현실에 대한 각성(覺醒)

본문내용

<江南女>
江南蕩風俗 강남은 풍속이 음탕하니
養女嬌且憐 딸을 기름에 아름답고 또 예쁘라고 하네
冶性恥針線 성격을 만들 매 바느질을 부끄러워하고
粧成調管絃 화장을 하고는 악기를 연주하네
所學非雅音 배운바는 우아한 곡조가 아니니
多被春心牽 춘정에 이끌림 많네
自謂芳華色 스스로 이르기를 꽃다운 얼굴이니
長占艶陽年 길이 아름다운 아가씨 일것으로 아네
却笑隣舍女 도리어 이웃집 아가씨를 비웃네
終朝弄機 "아침내내 베틀에서 북을 놀려
機終勞身 베틀·북이 몸을 수고롭게 할지라도
羅衣不到汝 비단옷은 너에게 오지 않으리"

이 시는 중국에서 이미 하나의 시작 양식으로 관습화되어 있던 악부체(樂府體)의 형식을 빌어 쓴 작품이다. 악부체 한시 양식 자체가 민간의 생활상을 주로 담지해내는 것이었으므로, 이 작품은 최치원의 세계관적 성찰이 반영되었다기보다 습작기의 여러 실험적 수련에서 파생한 것이라 볼 수도 있다. 그러나 시체(詩體) 형식의 수련이나 실험이었다 하더라도 그 속에 담긴 현실 인식의 의미를 간과할 수는 없다. 악부시처럼 형식과 내용이 상호 연관되어 있는 양식의 선택은 바로 그 속에 담기 내용적 측면에 대한 일정한 관심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이 시에서는, 값싼 기생 노릇이나 하며 살아가는 것이나 베를 짜며 가난하게 살아가는 것이나 모두 소외된 가련한 인생임은 마찬가지이나, 제 처지를 모르고 남을 비웃는 청맹과니의 모습니 희화적으로 그려져 있다. 삶의 모순에 대한 심각한 주제이면서도 희화적으로 가볍게 처리할 수 있었다는 것은 이미 최치원이 현실에 대한 관조의 자세를 갖추기 시작했음을 의미한다.

참고 자료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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