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건건록을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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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이 지정해 주신 몇 가지 책 중에서 무쓰 무네미쓰는 아주 낮 설은 이름이었다. 이 책에는 일본근대상에서 볼 때 아주 귀중한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더군다나 아주 대담하게 외교지도의 전말을 기술하고 있기 때문에 일분에서는 명저로 알려져 있다고 한다. 무쓰 무네미쓰는 1892년 조각된 제 2차 이토 히로부미 내각의 외무대신으로서, 조약개정 청일전쟁 및 그 직후의 삼국간섭에 대한 외교를 지도했다. 무쓰는 이 외교지도를 통해서 일본을 제국주의 국가의 하나로 끌어올려놓았던 것인데, 실제로 그에 비견할 수 있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큰 일을 한 정치가라고 일본에서는 평가하고 있다. 물론 일본인이기에 완벽히 객관적이라 할 수 없지만 그 당시의 상황을 아주 잘 묘사했으며 분위기를 잘 알 수 있는 책인 것 같다. 누가 한반도를 차지하며 조선의 운명을 좌우할 것인가. 이를 결정지은 청·일전쟁은 이미 10여년 전부터 예견된 전쟁이었다. 청·일전쟁은 일본의 총력전에 중국이 무기력하게 무너짐으로써 동북아에서 힘의 균형이 뒤바뀐 역사적 사건이었다. 중국과 일본은 어떤 구상 아래 전쟁을 치렀으며, 한반도는 어떻게 원치 않은 전쟁에 휘말렸는가를 살펴보는 것은 지금도 열강의 각축 사이에 살고 있는 우리에게 적잖은 교훈이 될 것이다. 조선의 국정을 사실상 관장하고 있던 위안스카이(袁世凱)는 봉기가 크게 확대되지 않을 것이며, 일본이 파병하더라도 소규모에 불과할 것으로 판단하였다. 그는 중국이 조선을 보호할 의무가 있음을 내세워 본국에 병력 파견을 요청하였다. 그러나 외교적 해결을 모색한 이홍장은 겨우 군함 두 척과 1500명의 병력을 파견하였다. 10년 전 갑신정변 당시 청국의 개입에 분노했던 일본은 조선 진출을 위해서 중국과의 전쟁이 불가피하다고 보았다. 당시 이토 히로부미 내각에 동학농민봉기는 일본 국내의 불평불만 세력을 잠재우고 정권을 살릴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다.
한편으로 일본은 출병 이후 다른 열강의 간섭을 우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무쓰 외무대신은 중재에 나선 카시니 러시아 공사에게 일본의 파병이 조선의 독립과 평화를 위한 것이며, 일본군이 먼저 공격적 전쟁을 도발하지 않을 것이라고 안심시켰다. 1894년 7월 12일 영국과 불평등 조약 개정에 합의함으로써 일본은 영국의 묵시적 지지를 얻게 되자, 그 다음날 중국과의 전쟁을 최종 결정하였다. 조선에 군대를 파견한 이상 물러설 수 없었던 일본 정부는 오토리 게이스케(大鳥圭介) 주한 일본공사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개전(開戰) 명분을 만들도록 지시하였다. 주한 일본공사관이 제시한 내정개혁안이 조선의 반발에 부딪히자, 일본 보병 21연대는 1894년 7월 23일 경복궁을 점령하고 조선군의 무장 해제를 강행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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