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후감] 파리대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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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번에 내가 읽게 된 <파리대왕>은 그러한 면에서 기존의 스토리와는 아주 대조적이다. 소설 <파리대왕>은 비행기 사고로 무인도에 상륙한 소년-주로 순수를 표방하는 소재인-들을 등장시킨다. 랄프와 잭, 그리고 사이먼이 자신들이 비행기에서 추락한 곳이 과연 무인도인지 알아보기 위하여 섬을 돌아다니며 웃음을 나누고 자유를 공감할 때 까지만 해도 나는 범상한 소설의 재미 그 이상을 누리지 못하고 있었다. 과연 무리들은, 랄프를 지도자로 해서 제법 생명부지를 위한 조처를 요령있게 진행하였다. 산정에 봉화를 올려 구조신호로 삼는 신중성을 발휘하기도 하고 각자 맡은 바를 정하여 책임을 나누기도 했다. 그러나 그들이 다시 해변가에 있는 그들의 무리에게로 귀환하여 사냥을 하겠다는 잭의 조(租)와 오두막을 지어야 한다는 랄프의 조(租)가 나누어지는 것을 효시로 이야기는 급격하게 변모하기 시작한다. 소설은 모험을 하면서 서로간 우정을 나누리라 라든가 자연의 풍파 속에서 그들이 협력하면서 역경을 이겨내리라 하는 여느 모험 스토리의 표본을 예상하던 나의 기대를 거침없이 파괴시키기 시작했다. 소설이 다루고 있는 건 그러한 이성이나 감성을 위시한 일반의 스토리가 아니었다. 문명이 사라진 자연만이 전부인 세계 속에 순수를 표방해야 하는 소년들은 어느새 폭력과 권력욕을 내재한 광기어린 아이들로 돌변하였고 그것은 포악하고 야만적이다 못해 잔인하고 무자비한 형태로 그 정체를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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