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근현대여성사] 1920년대 중국의 남녀공학과 여성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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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므로 남녀공학에서 여학생들이 상대적으로 눈에 띌 수 없었던 것은 당시 여성이 아직 덜 깨어 있었거나 소양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이름만 남녀공학일 뿐 압도적인 남초 현상을 보이는 학내에 적응하기 힘들었기 때문이 아닐까 생각된다. 그것은 현재에도 여대의 여학생과 공대의 여학생의 사회운동이라든가 하는 부분에 있어서의 활동 비율이 많이 차이나는 것과도 비교할 수 있을 것 같다. 백영서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남녀공학에서는 남학생이 여학생을 마치 구애의 대상으로 여기고, 어떻게든 접근해 보려고 노력했다고 한다. “강의시간처럼 정숙한 시간에도 교실 앞에 앉으면 내게 낚시 바늘이 드리워진 것 같고, 뒤에 앉아도 마찬가지이다. 내가 1자 움직이면 그 바늘은 10촌쯤 움직인다. 심지어 한 시간 안에 몇 명인가는 가래침을 뱉는다는 핑계로 일부러 내 주위를 지나쳐 가 신경 쓰게 만들고 또 기침을 해서 무슨 깊은 뜻을 전하려는 듯 하다. 얼굴에 아무런 교태도 띠지 않았는데 왜 이렇게 주시하는 걸까? 한 시간짜리 강의 듣는 게 마치 한 시간 동안 자유 없는 감옥에 앉은 것 같다. 비록 자기 자신은 남의 마음을 끌지 않으려 한다 해도 강의를 이해하는 데에 큰 방해가 된다.” - 백영서, 위의 글에서 재인용
물론 이것은 구시대에서는 만나기 힘들었던 여성이라는 존재를 대학에서 만난 남학생들의 순수하고 호기심어린 열정이 낳은 폐해겠지만, 이 과도한 열정이 이 시대 여학생으로 하여금 순수하게 학문적 소양이나 사회의식을 기르는 데에만 몰두할 수 없게 하였을 것 같다. 이 시대 여학생은 신여성으로도 자라야 했지만, 또한 스스로의 변화에만 몰두할 수 없게 하는 남성들의 구애를 받아야 했을 것이며, 새로운 학문을 배우는 데에도 노력해야 했었을 것이므로, 같은 학교의 남학생들이나, 아예 여자 학교에 다니는 여학생들보다 좀더 치열하게 살았어야 했을 듯하다.

참고 자료

곽위동, <기독교와 중국 여자교육>
김은희, <1920년대 중국 여성 문학과 매체>
백영서, <1920년대 중국의 여성교육과 사회변혁>
백영서, <1920년대 중국 대학생의 일상생활에서의 정체성 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