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극감상] 숙희정희를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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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이중에서 2번째 관객으로 입장했다.
더 정확히 말하자면 나는 동성애를 인정하지만 '동성애' 코드를 선호하지 않는 이성애자이
다. 그렇지만 인권운동을 부르짖으며 머리띠를 두르는 동성애자들을 손가락질하지 않는다.
오히려 그들의 용기와 당당함에 박수를 보내는 사람 중 한 명이다. 자신이 좋아하지 않는다고 해서 존중하지 않는다면 세상은 너무나 이기적이고 삭막하리라. 개인적인 취향이나 입맛으로 작품을 대하는 것은 마이너스 효과를 가져온다. 하지만 연극을 보러 오는 관객은 객체이고 관객이 존재하지 않는 극 또한 존재하지 않는다는 점은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부분이기도 하다.
베를렌느와 랭보의 기이한 사랑을 담아낸 <토탈 이클립스>
에이즈 환자인 동성애자의 인권 존중을 다룬 <필라델피아>
동성애자의 양육권 문제를 다룬 <더월2>(If These Walls Could Talk 2)등
그 동안 동성애를 다룬 영화들은 꽤 접해보았지만 연극은 처음이라 약간의 부담감을 안고
<숙희 정희> 첫 시연회를 지켜보았다. 연출가가 원했건 원하지 않았건 이 작품은 몇 년 동안 거세게 불어닥쳤던 성에 대한 담론을 반추하지 않으면 안될 상태로 우리 앞에 다가온다.
단지 동성애라는 코드만을 가지고 도발적인 자극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소외된 사람들에 대
한 재조명의 인상을 심어주기 위한 작가의 드라마 트루기가 얼마나 어려운 것인가에 대해서
도 고민을 해봐야 했던 작품이다.
난 극을 공부하는 예비 극작가고 그렇기 때문에 단지 팔짱끼고 관전하는 나태한 관객이 아
니라 작품 속으로 뛰어들어 고민하고 작품과 이야기를 나눌 필요도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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