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예술] 히로시마 내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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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모든 것을 보았어요. 아니, 당신은 본 게 아무 것도 없어"라고 알랭 레네의 <히로시마 내 사랑>(1959)은 시작한다. 이건 아주 오래된 경구처럼 들린다. 마치 플라톤을 연상케 하는 이 질문은 여기저기서 서구 형이상학의 동굴 안을 떠돌며 끈질기게 반복되어온 것이다. 그러나 갑자기 이 질문은 금지되었다, 지난 세기에 우리들은 본 게 너무나 많았다. 세상은 미디어로 넘쳐나고, 시선의 기계장치들은 완전히 우리들을 포위하였다. 이미지는 과잉하였고, 그 안에서 세상은 이미지로 자기를 기록하였다. 에이젠쉬테인의 <전함 포템킨>은 역사를 지적으로 재현할 수 있다고 믿었다. 오손 웰즈의 <시민 케인>은 죽은 자의 삶을 구술하는 자들의 추억 안에서 입체파적인 방식으로 다시 불러온다. 고다르의 <네 멋대로 해라>는 오마쥬 안에서 시대정신을 볼 수 있다고 생각하는 영화이다. 데이빗 린치의 <블루 벨벳>은 의식 안의 이드조차 길어 올린다. 하지만 라스 폰 트리어의 <어둠 속의 댄서>는 당신이 무었을 보았냐고 물어본다(이 영화의 가장 놀라운 장면은 영화가 시작하면서 검은 화면으로 버티는 5분이다. 그것을 마지막 시퀀스에서 무성영화의 방법으로 대꾸한다). 도그마의 근본적인 질문은 여기에 있다. 디지털로 알려진 우리의 세기에서 지난 세기의 저편을 돌아보면서 불현듯 나타난 이 유령같은 질문은 사실은 오히려 이제야 제 자리를 찾은 것 같다. 말하자면 이미 데리다가 정식화 한 대로 이 영화는 유령학(幽靈學)의 서사를 따라가면서 우리들의 시대를 돌아보게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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