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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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개가 시야를 가리면 모든 게 사라지는 안개도시 무진에서 ‘해리’와 ‘이나’라는 두 소녀가 10대에 겪게 되는 이야기가 전체 스토리의 뿌리이다. 한 사람은 이름 난 화가인 엄마와 대학 총장을 의붓아버지로 두게 되는 반면 한 소녀는 아홉 살에 엄마가 자살을, 이후 아버지는 술에 찌들어 살고, 오빠에게 마저도 학대를 당하고 살다가, 일찌감치 가출하여 부산으로 도피한다. 거기서 소녀는 남편을 만나 아이를 낳고 가정을 꾸리지만 다시 교통사고를 당해 남편을 잃고 홀로 고향무진으로 돌아온다.
액면으로 보면 한 소녀는 엄청 행복할 것 같고, 다른 한 소녀는 불행할 듯하지만, 그 안에 흐르는 거대한 악의 소용돌이는 절대 다른 한 소녀를 행복하게 살도록 허락해 주지 않는다. 이 두 사람이 각기 다른 의도로 만나서 관계를 맺게 되는 무진 교구 백진우 신부는 사제라고 하기에는 너무나 악한, 사탄 중에서도 가장 사악한 사탄의 특성을 지닌 무늬만 신부인 인간이다. 그는 처음 부임지인 무진에 보좌신부로 와서 고등학생인 이나를 성추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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