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감상문)히치콕 <싸이코>_광기의 배수구를 따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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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밤중의 어느 모텔방, 짧은 금발의 매력적인 여자가 샤워 가운을 벗고 욕조 안으로 들어간다. 그는 무심하게 샤워커튼을 닫고서는 한숨을 푹 한 번 내쉬더니 샤워기에서 분출되는 물줄기를 이제까지 보여 주지 않았던 평온에 가득찬 환한 미소로 기쁘게 맞이한다. 이 물줄기가 뿜어져 나오는 소리는 밖의 빗소리를 닮았을지 모르나, 곧게 쭉 뻗은 자태는, 불과 몇 분 전까지 들쭉날쭉한 모양새처럼 그녀의 마음을 들쑤셨던 비와는 달리 그녀의 몸 구석구석을 부드럽게 어루만진다. 그렇게 여자의 작은 듯 결코 가볍지 않은 주말의 일탈이 생각보다 순탄히 씻겨 내려갈지도 모르겠다는 안도감이 고개를 들 즈음, 샤워기가 건네는 위로의 소리와 불투명한 샤워커튼의 뒤로 화장실 문이 휙 열리고 마른 형체가 한 발 한 발 슬며시 여자에게로 다가온다. 여자에게 가까워질수록 형체는 더욱 검게 짙어진다. 검은 형체가 샤워커튼을 젖히고 칼을 치켜듦과 동시에 현악기의 불길한 고음이 경적을 울리고 여자는 극도의 공포에 다다른 비명을 내지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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