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차
1. 기존 논의와 문제제기
2. 매헌과 제국의 시선 일치
본문내용
이태준의 단편 「석양」(『국민문학』, 1942)는 주인공 매헌(梅軒)이 경성에서 느끼는 번루(煩累)에서 벗어나고자 경주로 떠나면서 시작한다. 매헌은 경주에서 자신이 생각하는 이상적 여성인 타옥(陀玉)을 함께 경주를 돌아보고, 두 사람은 마음이 맞아 이후 2년 간 계절을 달리하며 경주에서 한 번, 해운대에서 한 번 더 조우한다. 이야기는 두 사람의 만남과 헤어짐이 반복되면서 매헌이 타옥에게 느끼는 감정의 변화를 중심축으로 진행된다. 외적으로 진술된 내용만 본다면, 이 이야기는 몸과 마음이 노쇠한 인물이 젊음과 아름다움을 추구하지만 결국 좌절하는 과정을 보여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야기 뒤에 숨은 사실과 의미들을 수면 위로 끌어올리면, 논의 차원이 크게 달라진다. 우선 「석양」에 흩어진 단서를 조합하면 주인공 매헌은 작가 이태준의 분신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매헌의 직업은 이태준과 같은 소설가이고, ‘매헌’은 이태준의 부친이자 민족주의자인 이창하의 호이며, 작중 타옥이 읽던 매헌의 책 『무서록』은 발간 시기는 다르게 설정됐지만 「석양」을 쓰기 전 해에 이태준이 낸 수필집이다. 또한 이태준은 『무서록』에 고완품을 애호한다고 여러 글에 밝히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방민호(2005)와 우정덕(2011)은 이태준이 일본 사소설을 전유했다는 관점에서 「석양」을 분석했다.
「석양」이 이태준의 자전적 소설이며 소설 창작 시기가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배경을 염두에 둔다면, 과거 우리 민족의 영광의 흔적이 남아 있는 경주가 작품의 공간적 배경으로 설정됐다는 점도 중요하게 봐야 한다. 작가가 경주 여행을 통해 말하고자 하는 바가 일제에 항거하는 민족주의와 관련될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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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민호, ｢일제말기 이태준 단편소설의 ‘사소설’ 양상｣. 『상허학보』 14, 상허학회, 2005, 223-260면
우정덕, 「이태준의 작품에 드러난 자기상과 그 결락 – 수필집 『무서록』과 ‘심경소설’을 중심으로」, 『국제어문』 51집, 국제어문학회, 2011, 97-130면
허병식, ｢식민지의 장소, 경주의 표상｣, 『비교문학』제43권, 한국비교문학회, 2007, 185-207면
, 「식민지의 접경, 식민주의의 공백 –장소로서의 부산-」, 『한국문학연구』 제40집, 2011, 8-3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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