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이디푸스왕(천병희 역) 분석 레포트] 운명을 선택하며 살아가는 인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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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명이란 무엇인가? 『오이디푸스 왕』에는 운명이라는 단어가 빈번히 등장한다. ‘대지의 배꼽에서 나온 운명의 말씀’(480) ‘오오 차마 눈 뜨고 볼 수 없는 무서운 운명이여”(1298) 『오이디푸스 왕』은 운명이 낳은 비극이다. 따라서 이 작품을 이해하려면 운명에 대한 논의를 피해갈 수 없다. 운명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운명을 믿지 않는 사람들은 운명은 노력이 부족한 자들의 핑계에 불과하다고 생각한다. 운명을 믿는 사람들은 운명이란 신의 뜻, 우연과 선택의 집합체, 혹은 인간의 사유로는 이해할 수 없는 우주의 법칙 등이라고 믿는다. 그러한 믿음에는 운명의 고정성, 불가피성, 강제성에 대한 인식이 내재되어 있다. 이때의 운명은 일직선으로 쭉 뻗어있는 길을 걸어가는 것과 같다. 한 명의 인간에게는 그 인간을 위한 정해진 하나의 운명이 존재하며, 그 운명을 걷는 길 외에 다른 길은 존재하지 않는다.

『오이디푸스 왕』에서 드러나는 운명들도 같은 성질의 것이다. 오이디푸스를 비롯하여 이오카스테와 라이오스 또한 운명을 피하고 있다고 생각하지만 온 힘을 다해 운명의 위를 내달리고 있는 중이다. 라이오스는 아들의 손에 죽게 된다는 신탁을 피하고자 아들을 버렸지만, 결국에는 아들에게 죽임을 당한다. 오이디푸스는 어머니와 결혼하고, 아버지를 죽인다는 운명을 피하고자 부모님을 멀리하지만 결국 운명을 충실히 수행한다. 아들과 결혼할 운명인 이오카스테는 직접 신탁을 듣지는 않았지만 스스로 운명의 진실을 인식하고, 그러한 운명이 주어진 삶을 포기한다. 이들의 모습을 보고 있자면 운명은 하나의 선의 형태를 띠고 있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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