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하 오래 준비해온 대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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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이유를 쓰고 나서
1년이 조금 넘어 출판이 되었다.
2020년 4월 29일 초판 인쇄
내가 구매한 것은 5쇄 2020년 6월 12일 이다.
대략 10만원은 팔리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이 든다.

『나이 마흔에 나는 모든 것을 다 가진 사람이 되어 있었다. 국립 예술대학의 교수였고 네 권의 장편소설과 세 권의 단편소설집을 낸 소설가였고 라디오 문화프로그램의 진행자였고 한 여자의 남편이었다. 서울에 내 이름으로 등기된 아파트가 있었고 권위 있는 문학상들을 받았고 서점의 좋은 자리엔 내 책들이 어깨를 맞댄 채 사이좋게 놓여 있었다.

2008년의 이야기다.
당시 나는 막 회사에 입사한 시기였고
경제인 출신의 대통령이 당선되어 주가가 3000이 넘을 것이고
아파트는 아무데나 지어도 잘 팔렸으며 아파트 가격은 매일 고공행진을 하던 시기이다.

만약 나였다면 저런 지위 혹은 성취물을 내려놓고 떠날 수 있었을까?
어떤 자신감이 있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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