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와 표현 대체 과제 창작 소설, 단편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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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막한 아커 가족의 집에서는 오로지 TV소리만 울려 퍼지고 있었다. TV에서는 야생 다큐멘터리가 방영 중이었다. 몇 가지 동물들이 지나고 사마귀의 일생에 대해서 나오고 있었다. 암컷 사마귀는 수컷 사마귀를 머리부터 찌그러지는 소리와 함께 집어삼키고 있었다.
에스더는 팬실리스에게 말했다.
“엄마 야생은 가차 없나 봐요. 수컷이 뭘 잘못 했길래 저렇게까지 할까요?
팬실리스는 깊은 생각을 하고 있다가 에스더의 물음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게 뭘 잘못했을까? 사마귀들은 짝짓기를 하면 암컷이 수컷을 먹는단다. 자연은 좀 신기하지? 우리가 이해할 수 없는 것들이 많단다.”
“그렇구나!”
에스더의 대답과 동시에 이번에는 TV에서 늑대의 하울링이 울려 퍼지고 있었다.
늑대의 울음소리를 들은 팬실리스는 머리를 쥐어 잡았다.
‘그놈의 늑대…….’
늑대들의 울음소리는 달이 차오르듯이 점점 진해져 갔다. 팬실리스의 손아귀는 울음소리에 따라 더욱 강하게 쥐어지고 있었다.
그때, 그런 팬실리스의 모습을 보지 못한 에스더는 말했다.
“늑대다! 엄마! 봐봐요! 아빠예요! 아빠!”에스더는 마치 진짜 아빠를 보듯이 흥분했다.
에스더에게 아빠는 보름달 같았다. 에스더에게는 보름달이란 늘 가슴속에서 선명한 존재였다. 그래서 늘 보름달이 뜨면 보름달을 보러 나가고 다음 보름달이 언제 뜰 것인지는 몇 달치 외워두고 있었다. 그런 보름달처럼 아빠 론은 기껏해야 한 달에 한두 번 얼굴을 비췄다.
귓가에 아른거리듯이 들린 에스더의 목소리에 팬실리스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잠시 머뭇거렸지만 마지못해 말하듯이 대답을 했다.
“그러게 너 아빠구나. 딸아, TV 그만 볼까? 이제 자야 될 시간이구나.”
“벌써요? 아직 잘 시간 안 됐어요! 아빠가 좋아하는 늑대 나오는데 조금만 더 보면 안 돼요?”에스더의 말대꾸에 팬실리스의 마음속에 불이 붙었다.
“아빠가 좋아한다고 너까지 좋아할 거야? 너희 아빠처럼 되면 집에서 내쫓칠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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