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의 기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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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작품들을 섭렵하고 다음 작품을 손꼽아 기다릴 만큼 정유정 작가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으면서 지난 작품속의 악인들을 떠올렸을 것이다.
‘내 심장을 쏴라’에서 끈질기게 승민을 괴롭히던 점박이, ‘7년의 밤’에서 복수에 눈먼 오영제의 이중적인 악랄함, 그리고 ‘28’에서의 악인 박동해, 그들을 만나던 그 순간엔 얼굴이 붉어질 만큼 실제적인 분노가 치밀어 할 수만 있다면 그 장면으로 잠입해 그들을 응징하고 나오고 싶을 만큼 진저리 쳤던 나쁜 인간의 부류들이였다.

그러나 <종의 기원>에서의 악인은 차원이 다르다. 어느 순간 악인이 내가 되고 주인공이 되어 절망과 혼돈의 세계로 내달리고 있다.
악인이 주인공인 1인칭 화자 시점이라 시선도 나의 시선이고 모든 생각과 행위가 내가 직접 체험하는 것처럼 두렵고 생생하고 때론 슬프게 다가왔다.
하지만 내가 끼어들 수도 중재할 수도 없는 무력감이 작품 내내 따라다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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