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개글
대학원 수업 기말 레포트입니다. 학부 수업 과제에 상당한 도움이 될 것입니다.
목차
1. 머리말
2. 구조라리 자료의 성격
3. 구조라리 주민구성과 운영기구로서의 洞中
4. 구조라 4성씨의 역할과 책임
5. 맺음말
본문내용
1. 머리말
6년 전 충북 영동 벽지 마을 뒷산에서 돌아가신 외조모의 하관의식을 치르며 의아한 광경을 목도했다. 상조회사에서 고용한 사람들이 흙을 파내며 묘지를 조성하고 있었고, 가족·친지들은 亡人이 안치된 관을 둘러싸고 애도하는 동안, 외조모가 평생을 살았던 농촌의 주민들은 저 멀리 외따로 떨어져 강 건너 불구경하듯이 이쪽을 바라보고 있었다. 애도의 기색은 보이지 않았고 삼삼오오 담소를 나누는 그들의 모습이 나에겐 적잖이 의아했다. 같은 마을에서 평생을 농사짓고 함께했던 마을 사람들이 왜 장례에서 가장 드라마틱한 절차 중 하나인 하관을 앞두고 저렇게 딴청을 피우고 있을까. 나중에 들은 바에 따르면, 운구 및 하관의 과정에서 마을 사람들을 삯을 주고 고용하지 않고 상조회사를 통해 일을 처리했다는 점이 그들의 심기를 거슬렀다고 한다. 그 전까지 막연히 갖고 있던 농촌에 대한 나의 이미지는 ‘희로애락을 나누며 경조사를 함께하는 상호부조적 농촌’ 혹은 ‘시골인심’으로 표상되는 낭만적 공간이었다. 농촌공동체의 낭만성은 지나치게 과장된 것이었는가? 아니면 도시화의 간접적 영향으로 농촌의 공동체성이 변질된 것인가? 아니면 한국의 농촌은 애초에 공동체적 결속이 약했던 것일까? 단편적이고 개인적인 경험에서 비롯된 것이지만, 본보고서는 이러한 질문에서부터 출발하고자 한다.
전근대 촌락 공동체에 대한 서구 학계의 논의는 크게 다음의 두 가지 계보 사이를 부유해왔다. 한 갈래는 전근대 촌락의 핵심적 특성이 강제적인 억압에 있다고 여긴다. 이 견해는 시장의 발달과 더불어 공동체 안에서 개인이 새롭게 출현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것으로부터 ‘벗어난’ ‘계승(모방)해야 할 근대’가 있다고 본다. 그 핵심에는 공동체로부터 개인의 해방을 주 테마로 하는 “개인주의”담론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때 돈은 자유의 상징으로서 해방의 표상이 된다. 이 같은 견해는 좁게는 게오르그 짐멜 류의 고전적 자유주의로부터 신자유주의자들의 견해에 이르기까지 폭이 대단히 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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