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세대학교 역사란 무엇인가 레포트: 미식의 사명 (A+ 받음)
- 최초 등록일
- 2016.12.22
- 최종 저작일
- 201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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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Moïse(모세)! 제 커피는 준비되었나요.”
적막을 깨는 모세의 발걸음 소리가 집안에 울려 퍼진다. 모처럼 조용한 기상. 아무래도 부모님 두 분은 일찍부터 출타하신 듯하다. 지금 이 공백은 보통 때는 달그락거리는 그릇 소리와 하인들의 잡담 소리가 차지했을 것이다. 상아색이 감도는 석재 계단, 백양목으로 짠 내 방의 문, 우아한 노크소리까지. 언제나 충실한 그대의 세 박자.
나는 모세가 시가지의 카페에서 사온 커피를 들고 은은한 햇살로 적셔지는 서재로 향했다. 얼마 전부터 읽기 시작한 Francois Pierre의《La Cuisinier Francois》와 Menon의《Le Cuisiniere Bourgeoise》그리고 나의 카렘이 집필한《Patissier Royal Parisien》를 마저 읽을 것이다. 책장을 넘기다 보면 어느새 내 앞에는 바쁘게 요리 중인 퀴지니에들로 가득한 주방이 그려진다. 뜨겁게 달궈진 팬에서 졸이는 베샤멜소스와 붉은 와인에 푹 끓여내 매혹적인 향기를 한껏 머금은 뵈프 부르귀뇽까지. 아름다운 구르망드의 도서관이여. 상상만으로도 황홀경에 접어들지만 나의 이상은 좀처럼 허락될 수 없는 일이다.
“귀족이 그런 천박한 곳에 발을 들인다는 건 내 사전에 없는 일이다!”
“신성한 성역에 계집의 출입은 허락할 수 없다네.”
기억도 희미한 어느 어린 날 연회에서 카렘의 요리를 먹은 뒤로 나는 많은 이들에게 미식의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꿈을 계속 키워왔다. 그러나 구르망드 도서관으로의 진입이 귀족으로서도 여성으로서도 무척 버거운 것임은 이미 주변사람들의 날 선 언사들을 통해 충분히 증명되었다. 새벽녘부터 이어지던 좋은 기분에 금세 금이 가버렸다. 나도 모르게 삐죽 나온 입술. 얼른 주의를 돌려볼 요량으로 창가로 향했다. 이슬이 말라가는 정원에서 들려오는 오르톨랑들의 지저귀는 소리. 짐짓 그것을 즐기는 것처럼 조용히 뒷짐을 지고 걷고 있는 뒷모습에 어쩐지 나는 장난기가 발동한다.
참고 자료
이안 켈리, 채은진 역, 『천재 파티시에, 프랑스 요리의 왕』, 말글빛냄, 2005.
나가오 켄지, 김상애 역, 『가스트로노미』, 비앤씨월드, 2012.
김복래, 『프랑스가 들려주는 이야기』, 대한교과서, 1998.
하선영, 〈신이 모르게 먹는 맛 오르톨랑 요리 허용을〉, 《코리아데일리》, 2016.05.24., http://www.koreadaily.com/news/read.asp?art_id=2895665.
네이버 지식백과, 〈발랑세 성〉, 《두산백과》, 2016.05.23., http://terms.naver.com/entry.nhn?docId=2059755&cid=40942&categoryId=4045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