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문학 해와 달이된 오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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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와 달이 된 오누이 이야기는 외할머니로부터 들었던 것이다. ‘떡 하나 주면 안 잡아 먹~지’ 하는 호랑이가 나와서 엄마의 떡을 빼앗아가고 결국에는 팔다리까지 다 떼어주고 말아 몸뚱이로 데굴데굴 굴러갔다는 이야기였다. 강의 시간에 교수님께서 파편화된 신체가 우리에게 섬뜩함을 주고 그것이 흥미롭게 느껴진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렸을 때 이 이야기를 들으면서 나 역시 그 장면에서 적잖은 충격을 받았고, 정말 데굴데굴 굴러가는 어머니가 보이는 것 같아 무서웠던 기억이 났다.
강의를 들을수록 제대로 알고 있는 전래동화가 거의 없다는 것을 깨달으면서 원형이 살아있지 않는 전래동화가 얼마나 많은지 실감하게 되었다. 외할머니께서 귀한 이야기를 들려주신 것 같아 감사한 마음도 함께 들었다. 또 그렇게 만들어진 동화책이 시중에서 엄청나게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 안타까웠다. 특히나 아이들이 보는 책을 제대로 된 검토 없이 내보낸다니 소름이 돋았다. 책을 쓰는 작가마저도 원형을 알아보려 하지 않는다는 것에 실망스러웠다. 공교롭게도 처음만난 이야기가 어렴풋하게나마 기억하고 있던 해와 달이 된 오누이여서 더 와 닿았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는 해님달님으로 불리기도 한다. 해와 달이 된 오누이를 크게 두 부분으로 나누어 보면 어머니와 호랑이가 등장하는 도입부와 오누이와 젖먹이, 그리고 호랑이어머니가 등장하는 후반부로 생각할 수 있다. 도입부에서 엄마가 떡을 이고 가다가 호랑이와 만나 떡을 다 내어주고 팔다리까지 다 떼어준 뒤 결국 다 잡아먹히고 마는 장면은 섬뜩하지만 묘하게 눈길을 끈다. 또 엄마의 토막 난, 파편화된 신체는 넘고 넘어도 끝나지 않는 고개와 또 그 고개마다 강도가 심해지는 호랑이의 요구와 함께 반복강박으로 나타난다.
결국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엄마는 가난한 형편에 남편 없이 많은 자식들을 돌봐야하는 홀어머니이다. 여기서 엄마가 부성성을 가진 호랑이에게 잡아먹히는 것은 자신에게 결핍되어있던 남편, 또 아이들에게 결핍되어있던 아버지라는 존재를 충족시키려는 욕구를 반영한다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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