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나와디의아이들(서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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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점에서 책을 처음 봤을 때 표지의 한 소녀가 눈에 들어왔다. 빈민가로 보이는 한 장소에서 쭈그려 앉은 채 소녀가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들고 무엇인가를 염원하는 장면 같았다. 하지만 지금 이 사진을 보면서 드는 생각은 사뭇 다르다. 이 아이는 압둘의 동생 중 한명일까? 아니면 파티마의 딸인가? 어린 나이에도 이미 세상에 절망한 채 모든 것을 체념하고 받아들이는 것처럼 보인다.

뉴요커 기자이면서 4년 동안 실제 체험을 통해 이야기를 엮어낸 이 책은 한 편의 소설 같았다. 전지적 작가시점에서 실제 인물들의 생각까지 정확하게 단정하고 있다는 점에서 완전한 논픽션(nonfiction)이라 할 수는 없을 것 같지만, ‘정글만리’나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과 같은 소설을 떠올리게 만드는 한편의 드라마였다. 작가는 본문과 에필로그를 통해서 독자들에게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생각하게 만든다. “불평등한 내부사회가 내부 균열로 무너지지 않는 이유는 뭘까?” “갈비뼈가 앙상한 저 아이들의 가난을 조금이라도 덜어주려면 어떤 방법을 강국해야 하는가?” 등등의 수많은 질문부터 시작해서 책 속의 인물들의 생각을 상상을 통해 가공하면서 간접적으로 여러 가지 질문을 던져온다. 하지만 작가가 궁극적으로 던지고 싶은 질문은 책 마지막의 질문이 아닐까 싶다.

<중 략>

이는 우리 사회에도 메시지를 던져준다고 생각한다. 개인의 힘으로 어쩔 수 없는 거대한 구조 속에서 쳇바퀴를 돌리듯이 순응하고 살아갈 경우 변화는 기대할 수 없을 것이다. 개발을 앞세운 불도저가 안나와디로 밀고 들어오듯이 자본과 권력의 논리 앞에서 체념하게 될 경우 항상 다수가 소외당할 수 밖에 없고, 그 대상이 바로 우리 이웃이며 내 가족, 본인일 지도 모른다. 지금 우리 사회가 가고 있는 길이 정말로 옳은 것인지? 정말로 피할 수 없는 길인지 끊임없이 고민하고 토론할 수 있는 길이 마련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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