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굿바이 레닌’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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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레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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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일을 이루고서 독일 사회의 혼란을 보며 우리나라 역시도 통일은 좋지만 이후의 혼란 역시도 걱정이 된다. 정확한 사정은 모르지만 독일에서조차 통일에 대한 이야기를 코미디와 가족이라는 우회 기법을 동원해서 만든 걸 보면 아직도 분단과 통일에 대한 사안은 깊이 있는 주제로 다루기에는 부담스러운 것이 틀림없는 것 같다. 그래서 간 큰 가족, 굿바이 레닌 두 영화 모두 세상의 만병통치약인 코미디를 주저 없이 선택한 것 같다.
‘통일이 되었다, 안 되었다’하는 상황은 불행히도 차이가 나지만 아무튼 국가나 이념 따위의 거창한 말은 덮어두고 내 어머니, 내 아버지를 위해 가족이 한솥밥 먹으며 같이 사는 것이 통일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 효자 아들들의 착한 거짓말에 속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다.
간 큰 가족은 북에 두고 온 마누라와 딸을 공공연히 그리워하는 간 큰 노인 김노인이 간암으로 곧 운명할 것이라는 비보를 전해들은 가족들이 김노인의 마지막 소원을 들어주자 정말로 통일이 되었다는 거짓말을 하게 되면서 시작된다. 김노인의 착하지만 말썽꾸러기 아들인 명석과 명규는 이 간 큰 거짓말을 사실로 둔갑시키기 위해 통일 신문을 만들고 남북 단일팀 탁구대회의 선수가 되기도 하고 평양 교예단의 공연에 이르기까지 고된 미션을 수행해 나간다. 하지만 곧 죽을 것만 같던 김노인은 통일이라는 소식에 불행인지 다행인지 건강이 점점 더 호조되어 가고 가족들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거짓말 때문에 눈물겨운 연극을 멈출 수 없다. 이렇듯 이 가족이 연출해야 하는 것은 통일된 한국이다. 그러나 남북 단일팀의 탁구 경기나 평양 교예단의 서울공연보다 더 연출하기 힘든 것은 헤어진 가족들과 만나는 일이었다.
국가대표 탁구선수가 되거나 아슬아슬한 서커스 단원이 되는 일 보다 더 힘든 것이 자동차로 몇 시간만 가면 만날 수 있는 가족들의 얼굴을 보는 일이라는 것을 이 고된 통일 연극을 통해 뼈저리게 느끼는 것이다. 이 작품은 통일에 대한 이야기, 통일이 한 가족의 일상에 미치는 이야기를 다루었다는 점 말고도 북한 현지 로케이션 촬영만으로 그 의의가 충분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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