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트리아와 쿠샨조의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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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트리아
인도 서북부 지역에 그리스에서 발원한 지중해 세계의 미술양식이 본격적으로 전래된 것은 물론 알렉산드로스의 동방원정을 통해서였다. 알렉산드로스의 원정을 계기로 이 일대에는 적지 않은 그리스인이 정착했으며, 그들이 건설한 식민 도시를 통해 헬레니즘 문화가 뿌리를 내리게 되었다. 그러한 헬레니즘 문화 확산의 중요한 거점은 힌두쿠시 산맥 북쪽에 위치한 박트리아 지방의 그리스인 왕국이었다.
알렉산드로스의 사후 그의 대제국은 치열한 다툼을 거쳐 마케도니아와 이집트, 아시아의 세 부분으로 나뉘었다.
박트리아의 그리스인 왕들은 힌두쿠시 산맥 너머로 점차 세력을 확장해 나갔다. 디오도토스를 이은 에우티데모스는 시스탄과 아라코시아를 장악했고, 제4대 왕인 데메트리오스(200～170년경 재위)는 기원전 2세기 초 멀리 갠지스 강 중류의 파탈리푸트라까지 세력을 뻗쳤다. 지금 남아 있는 화폐에는 데메트리오스가 인도를 대표하는 동물인 코끼리의 가죽을 머리에 쓴 모습으로 되어 있어서 그의 인도 진출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그런데 데메트리오스가 인도 원정으로 오랫동안 자리를 비운 사이 박트리아에서는 반란이 일어났다. 이를 계기로 그리스인 왕국은 동․서 두 개의 나라로 분열되었다. 힌두쿠시 산맥 북쪽, 즉 박트리아는 모반을 일으킨 에우크라티데스의 왕가가 차지했고, 에우티데모스․데메트리오스 왕가는 그 남쪽과 동쪽을 지배했다. 데메트리오스 왕가에서는 메난드로스(160～140년경 재위)라는 걸출한 왕이 나와 카불 분지, 페샤와르 분지, 스와트, 탁실라를 거점으로 그리스인의 지배를 공고히 했다. 그러나 서쪽의 박트리아에는 기원전 2세기 중엽 이란에서 흥기한 파르티아가 침입한 데 이어, 북쪽에서 남하한 유목민인 샤카족이 그리스인들을 그곳에서 몰아냈다. 박트리아를 상실한 그리스인들은 힌두쿠시 산맥 남쪽의 카불 분지로부터 펀잡에 이르는 지역에서 수십 년 간 세력을 유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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