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고픈 돼지와 배부른 소크라테스 - `도살장`에서 드러나는 광기를 중심으로

소개글

에스떼반 에체베리아의 `도살장`을 광기라는 키워드로 분석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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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모든 인간은 본능적인 욕구를 갖고 있다. 그 중 어느 하나도 충족되지 못하면 인간적인 삶을 영위하기 어렵다. 배가 고픈데 주문한 음식이 나오지 않으면 신경이 예민해지는 것만으로도 이를 알 수 있다. 아무리 정신적 쾌락을 추구하는 ‘소크라테스’ 라도 배를 채우지 못한다면 행복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하지만 인간이 기본적인 욕구만 좇는다면 동물과 다를 바 없어진다는 것도 자명한 사실이다. 결과적으로 현대사회에서 ‘인간다운 인간’의 삶은 기본적인 욕구가 충족되는 가운데 자주적이고 독립적인 사회 구성원으로서 상호 소통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겠다. 『Matadero』의 연방주의자1)들은 기본적인 욕구충족과 자주적인 사고가 모두 결여된 인간이 영혼을 잃고 광기에 사로잡혀가는 과정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소설의 기본적인 구성단계인 발단, 전개, 위기, 절정, 결말에 따라 광기의 변화과정이 비교적 명확하게 형상화되어 있다.
작품은 대홍수에 대한 묘사로 시작된다. 엄청난 비 때문에 도시가 흙탕물이 되고 저지대가 호수로 변하는 가운데 중앙집권주의자들에 대한 설교사들의 저주가 쏟아진다. 비는 결국 그쳤지만 먹을 것이 부족해 물가가 급등하고 많은 사람들이 굶어죽는 상황이 벌어진다. 이렇게 배고픔이 극에 달한 상황에서도 교회에서는 사순절이라는 이유로 고기를 먹는 것을 엄격히 금지하였고, 이에 따라 식욕과 교회의 압력 사이에서 연방주의자들의 갈등이 심화된다. 여기서 비는 연방주의자들이 고기를 먹지 못함에 따라 동물적 광기를 품게 되는 실마리의 역할을 하고 있다. 전 세계의 여러 신화에서 확인할 수 있듯이 대홍수는 깨끗하게 만듦, 새로운 시작, 태초를 상징하지만 작품에서는 대홍수 이후의 배고픔, 황량함, 더러움을 강조한다. 내장을 구하러 다니는 흑인 여자들과 먹을 것이라면 뭐든 먹어치우는 독수리를 동일시하는 장면에서 태초로 돌아간 부에노스아이레스가 신화 속의 태초와는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작품의 시작 부분에서 노아의 방주 이야기로 시작하지는 않겠다는 이유 중 하나가 여기에 있다고 추측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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