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유령작가 비평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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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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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만 폴란스키 감독은 여덟 살 때 유태인 수용소에 끌려갔다. 어머니는 뱃속에 아이를 가진 채로 아우슈비츠 수용소에서 죽었다. 어느 유태인 음악가의 기적 같은 생존 스토리 <피아니스트>는 감독의 가혹한 유년기가 꽃피운 영화다. 이 작품이 2002년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을 받았다.
줄곧 유럽에서 활동하다가 1968년에 공포영화 <악마의 씨>를 만들면서 할리우드에 진출한 폴란스키는 이듬해 아내를 잃었다. 그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악명 높은 살인자 찰스 맨슨 추종자들이 쳐들어와 임신 8개월인 아내를 배를 갈라 죽였다. 1년 뒤 선보인 영화 <맥베스>에는 아내가 살해당한 방식을 그대로 재연한 끔찍한 장면들이 들어 있다(고 들었다.) 너무 잔인하다고 비판하는 자들에게 감독은 말했다. “당신들은 지난해 8월의 우리 집을 보지 못했다. 나는 유혈이 낭자하다는 것의 의미를 안다.”
이 모든 아픔을 딛고 1974년에 <차이나타운>을 만들어 ‘거장’ 소리를 듣던 감독은 1977년, 술과 약에 취한 열세 살짜리 배우 지망생을 성폭행했다. 재판 도중 유럽으로 도피한 뒤 다시는 미국 땅을 밟지 못했다. <피아니스트>로 아카데미 감독상 수상자가 되고도 시상식에 참석할 수 없었다. 미국과 범죄인 인도조약을 맺지 않은 나라만 찾아다니며 영화를 찍으면서 30년 넘게 용케 버티다가 지난해 잠시 방심한 사이 스위스에서 체포돼 한 별장에 연금됐다.
자신이 겪은 시련을 어떤 식으로든 영화에 반영해온 폴란스키 감독. <유령작가>에 대해서 나는 이렇게 말하고 싶다. “도망자 감독, 추격자 미국을 물먹이다” 공소시효도 적용하지 않고 집요하게 자신을 추적해 결국 말년에 큰 시련을 준 나라 미국이 새 영화에서는 중요한 키워드다. 올해 베를린 국제영화제 감독상 수상작 <유령 작가>는 말하자면 도망자 폴란스키 감독이 추격자 미국을 보기 좋게 ‘엿먹이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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