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얀가면의 제국 감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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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저, 하얀가면의 제국 감상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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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세상이 너무 더러운 것 같다. 아니 무섭다고 해야 할까? 힘없는 개인이 살아가기에 세상엔 제약이 너무 많고, 그래서 더 주눅 들게 된다. 아니, 어쩌면 이 박탈감마저 보이지 않는 지배주체의 이데올로기 주입에 물들어 스스로 세상에 대해 패배하도록 만들어진 듯하다. 태초부터 자연은 약육강식의 무대였다. 강한 개체만이 살아남고, 약한 개체는 도태되어 이윽고 사라진다. 그렇다면 지금을 살고 있는 나, 우리 역시 45억년, 아니 현생인류를 기준으로 따진다 해도 5만년이라는 세월을 뚫고 살아남은 우월인자라 생각할 수 있다. 그러나 약육강식이라는 불변의 진리는 자유와 평등을 표방하는 현대에도 무섭게 인간을 조롱하고 있다. 어째서일까? 혹시 오늘날의 힘없는 개별인간은 스스로의 힘 때문에 살아남은 것이 아니라, 강자의 필요에 의해 생산되고 소모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종교나 철학은 모든 개인이 나름의 가치가 있고, 태어난 목적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하얀 얼굴의 백인들에 의해 무참히 살육된 아메리카 원주민이나, 극소수 기업가의 배를 불리고 죽어가는 중국 여공들에게 어떤 가치나 목적이 있나. 인류가 시작된 이래 지금까지도, 문명이 발달하고 세계가 통합될수록 빈부의 격차는 급격히 커져만 간다. 순자산이 100조원이 넘는 컴퓨터회사 사장이 있는가 하면, 극심한 환경 때문에 부모에 의해 팔린 꽃제비 아이들도 있다. 무엇 때문인가?

세계를 이끌어가는, 아니 최소한 근대를 개막한 하얀 얼굴들은 그들과 다른 인간들을 유색인종이라 부른다. 그러나 어째서 무색인종이라는 단어는 없는가? 지금의 세계는 철저하게 자본주의가 압도하고 있고, 그 중심에 하얀 얼굴들이 있다. 그리고 그들이 정한 관념과 가치를 다른 얼굴들에게도 강요한다. 하얀 가면을 뒤집어씌우는 것이다. 안타깝게도 그것에 따라 우리는 오천년의 유고한 역사와 가치를 낡은 것으로 치부하고 받아들여진지 겨우 백년에 가까운 그들의 문화와 가치, 그 하얀 가면을 쓴 채 끌려다니며 살고 있다. 언제까지인가? 그들이 정한 관념과 가치들이 무수한 슬픔과 절망을 낳고 있음에도 언제까지 저 하얀 문명을 따라가야 하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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