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망인의 영전에 올리는 참회록

소개글

자작 수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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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문내용

아이들을 재울 때 읽어 주곤 했던 책 속에서 나는 임의 얼굴도, 이름도 모른 채 임의 마음만을 먼저 읽었습니다.
“강아지 똥!”
하고 시작하면 아이들은 늘 한바탕 까르륵 웃고 나서 이야기를 재촉했습니다. 그러나 별을 닮고 싶어 한 우리의 주인공이 결국 민들레의 얼굴에서 그 꿈을 이루었다는, 정작 중요한 대목에서는 언제나 청중이 없었습니다. 노느라 고단했던 아이들이 잠들어 버린 게지요.
그래서 어린이집, 학부모 동화 구연대회에 출전하게 되었을 때, 나는 굳이 저 이야기를 가지고 나갔습니다.
드디어 내 차례가 되었을 때 강당 가득 반짝이는 별들을 본 순간, 더욱 굳게 마음 다졌지요. 단지 내 아이들뿐 아니라 이 세상의 모든 아이에게 들려주고 싶어 했을 당신의 편지를 정말 제대로 한 번 전달해 보겠다고요.
들판에서의 하룻밤 내내 하늘 가득한 별을 올려다보며 우리의 주인공은 자기가 그들처럼 아름다운 모습인 줄 착각했더라고 황홀한 음색을 만들어서 이야기를 열었습니다. 자기를 향해 다가오는 참새들의 미성에 홀려 가슴이 설렜더란 이야기를 달 뜬 음성으로 전했습니다. 바로 그들에게서 자기의 참모습을 듣고 절망할 수밖에 없었지만 결국, 죽음이라 할 자기 분쇄의 고통을 참아내고 들판에 내려앉은 별, 민들레와 함께 부활하게 되었다고 신나게 떠들었습니다.
결과는 당연히 1등이었지요. 다른 출연자들이 혼자 할 때, 나는 당신과 함께했으니까요. 그 일이 있고 얼마 동안은 당신의 이름이 참 많이 궁금했습니다. 그러나 곧 내 마음대로 붙여 드린 그 이름에 나 자신이 친숙해졌어요.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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